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선보이는 국외 순회전이 이번 주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막을 올린다. 전시는 워싱턴에서 출발해 시카고와 영국 런던으로 이어지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의 첫 전시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특별전을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을 처음으로 해외에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는 당초 8일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 속에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도 문을 닫으면서 일주일 연기됐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297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김환기 등의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24점 등 총 33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가운데 국보가 7건, 보물이 15건이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의 ‘인왕제색도’, 선비들의 사랑방과 수집 문화를 보여주는 ‘책가도’, 내면의 정신 세계까지 그려낸 이명기의 ‘조항진 초상’, 자연의 섭리를 담은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이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일월오악도’와 한글의 역사와 예술성 및 왕실 불교 신앙을 보여주는 ‘월인석보’도 주목된다. 불교미술로는 삼국시대 ‘금동보살삼존입상’과 함께 금으로 쓰고 그린 고려 ‘대방광불화엄경 권15’ 등이, 도자로는 고려청자의 상감 기법과 비색을 대표하는 ‘청자 상감운학문 완’과 조선시대 순백자를 대표하는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사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는 박수근의 ‘농악(1960년대)’, 김환기의 ‘산울림(1973)’, 이응노의 ‘군상(1953)’, 채용신의 ‘노부인초상(1932)’, 김인승의 ‘붉은 원피스의 여인(1965)’ 등이 있다. 하나같이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전시가 열리는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산하 기관으로 사업가이자 수집가인 찰스 랭 프리어가 아시아 미술품을 기증해 1923년 개관한 박물관이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 미술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꼽히며 이건희 회장 기증품과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소장품 모두 개인의 수집, 국가 기증, 공공의 향유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외 전시로는 처음으로 전시와 연계해 인왕제색도 부채와 조명, 고려청자와 달항아리 키링,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인기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 폐막 후 시카고로 이동해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에서 다시 열린다. 이어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K컬처의 원류로서 한국 문화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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