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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富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고물가

■인플레이션의 습격(마크 블라이스·니콜로 프라카롤리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간 2022년 세계는 ‘고물가’라는 새로운 불안을 맞이했다. 코로나 당시 세계의 공장이 멈추는 등의 공급망 마비로 팬데믹 이후 회복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식량 가격도 폭등했다.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푼 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그해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0년 만에 최고치인 9.1% 상승하며 사람들에 충격을 안겼고 독일과 한국도 각각 49년, 34년 만에 최고 물가를 기록했다. ‘모든 것이 오른다’는 공포가 세계를 지배했고 각국 정부는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 단속에 나섰다. 그럼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았고 ‘저금리·저물가 시대’의 종언이 거론됐을 정도다.

그러나 2025년 현재 2%대 안정적 물가로 회귀한 상황에서 돌아보자면 당시의 호들갑은 무색해진다. 이때 인플레이션은 ‘일회성 사건'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말 이대로 끝일까. 정치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들은 이 같은 낙관론에 단호히 경고한다. 이들은 “사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증가뿐 아니라 공급망 붕괴와 같은 공급 쇼크, 임금 상승, 독점 기업의 가격 전가 등 복합적 요인이 뒤엉킨 결과이며 세계는 이런 요인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구조적 전환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등의 재해가 농업과 에너지 생산을 교란해 공급 쇼크를 일으키고 관세 폭탄 등 지정학적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을 분열시킨다. 고령화 등 인구 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압력도 고물가를 예견하게 한다. 2022년의 물가 쇼크는 이런 변화와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상호 작용하는 세계의 전조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위협이 항상 존재하는 ‘인플레이션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책은 6개 장에 거쳐 인플레이션의 정확한 의미부터 측정법, 인플레이션의 ‘만병통치약’처럼 활용되는 금리 인상 정책의 허와 실 등을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핵심은 인플레이션이 지금껏 알려진 통념처럼 ‘모두에게 공평하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는 주장에 있다. 일례로 2022~2023년 유가 상승기 석유 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얻은 반면 저소득 임금 근로자는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저자들은 물가 대응으로 각국 정부가 쓰는 금리 인상 정책에 대해서도 자산가에게는 이득을, 서민에게는 대가를 치르게 해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꼬집는다. 저자들은 우리가 인플레이션의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개인 차원에서 실물 자산 등 헤지 수단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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