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통계에서 질병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40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중년층 사망 원인 1위가 자살로 집계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대부터 40대까지의 주요 사망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로 나타났다. 198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40대에서 자살이 암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50대 역시 자살이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으로 조사됐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주를 이루는 중년층에서 자살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떠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자살률 통계에서도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24.1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일본, 벨기에, 헝가리 등이 뒤를 이었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은 40~50대 ‘중년층 자살률’이 두드러졌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상위 10개국의 연령별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일본 모두 최근 5년간 40~50대 사망 원인 3위 안에 자살이 포함됐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 40대 남성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40대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2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50대에서도 자살 비중이 12.2%로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40대 초반(40~44세) 사망 원인에서 암(27%)과 자살(22.3%)이 비슷했으나, 40대 후반(45~49세) 이후에는 암(30%)과 자살(14%)의 격차가 커졌다. 일본의 50대 자살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중년 이후 자살 비율이 완만히 감소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40~50대에서 자살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3년 34~44세 사이 자살자는 8533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 4위였다. 1위인 ‘예기치 못한 사고’(3만 6159명)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45~54세 연령대에서도 자살자는 7653명으로, 1위인 암(3만2867명)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결국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40~50대 자살 비중이 가장 높아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닌 경제적 불안·일자리 불안정·사회적 고립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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