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열린송현] 늦출 수 없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

부동산으로 자금 쏠림 부작용 양산

기업에 기회 주는 은행 등엔 인센티브

자원 효율적 배분 기능 되돌려놔야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축구장을 찾는다. 모두 손흥민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기 원할 것이다.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앞줄에 있는 사람이 혼자 경기를 잘 보겠다고 일어서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 뒤에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모든 사람이 우르르 일어나는 장면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한 개인에게는 최적의 선택이지만 전체에게는 아무런 효능도 주지 못할뿐더러 경기 내내 모두가 일어서서 보는 불편함을 준다. 이른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두가 앉아서도 경기가 잘 보이도록 축구장을 만들면 된다.

우리 경제의 자금 흐름은 이미 부동산으로 쏠려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 자산 중 실물 자산의 비율은 75.2%에 달한다.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은행 대출의 절반은 주택담보대출이다. 편한 안식을 주는 ‘내 집’에 대한 사람들의 희망은 당연하다. 개인은 자산 증식 수단으로, 기업은 담보 확보 수단으로 부동산을 활용한다. 안전하고 익숙함에 이끌린 은행들도 부동산으로 자금을 계속 공급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현재 우리 금융은 실물경제의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지원하기보다는 부동산이라는 자산과 담보에 더 관심이 많다. 이는 금융의 근본적 존재 이유인 평가와 가격(금리)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담보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오늘날 금융의 모습이다. 자원의 배분 기능이 왜곡되면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다. 자산이 없는 청년층이나 담보가 없는 혁신 기업에는 성장의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과거 자본과 노동의 투입, 기술로 설명되던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노동의 투입은 자본이 대체하고 기술의 발전은 자본의 공급 없이 이뤄지기 힘든 시대적 상황에 놓여 있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금융의 대전환 없이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제는 금융의 기능을 제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축구 경기를 서서 보게 만드는 구성의 오류를 고쳐야 한다. 최근 정부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화두로 원래 금융이 해야 할 일을 하자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과 관련된 제도 전반을 생산적 금융에 친화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도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만 자금이 공급되도록 만드는 각종 내부 제도와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은 금융이 산업을 무조건 지원하는 보조 수단으로 머무르자는 것은 아니다. 금융의 선별 기능을 통해 자금이 흘러야 할 곳에 자금을 공급해 우리 경제와 산업의 야성(野性)을 깨우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뤄질 때 우리 금융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금융사의 이익을 단순히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회복할 수 있다. 그때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전환과 청년 세대의 발전, 지역 경제의 혁신이 일어난다. 그래야만 모두가 앉아서 편히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