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도전이 실패로 막 내린 뒤 우상혁은 ‘펑펑’ 울었다. 눈앞까지 찾아왔던 메달 획득 기회를 놓쳤다는 허탈함과 올림픽 무대까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주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무너진 우상혁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그가 평생의 은사로 생각하는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국가대표팀 코치)이었다.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김 감독의 한 마디에 다시 일어났다. 올해 출전한 여덟 개의 국제 대회에서 일곱 번이나 정상에 섰다. 9월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실외)에서는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명승부 끝에 은메달을 따냈다.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m 35로 2위에 오르며 역대 한국 육상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을 냈던 우상혁은 다시 한 번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것은 우상혁이 처음이다.
우상혁은 “7만 명이 운집한 경기장 안에서도 감독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곧장 경기에 몰입할 수 있다. 감독님이 계셨기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상혁과 김 감독의 인연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시작됐다. 당시 우상혁은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직후 원인 모를 슬럼프에 빠졌다. 기록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 데다 피로 골절 부상이 찾아오는 등 선수 경력 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좌절에 빠진 우상혁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함께 슬럼프를 극복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기댈 곳 하나 없던 우상혁에게는 구원의 손길과 다름없었다. 김 감독과 의기투합한 우상혁은 이후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고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2025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등 한국 육상 역사에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김 감독에 대한 우상혁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여전히 김 감독이 계획한 강도 높은 훈련을 묵묵히 수행한다. 우상혁은 “감독님이 죽으라면 죽고 뛰어 넘으라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는 모르겠는데 저는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제 생각보다 감독님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면서 훈련 방식을 맞춰갔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감독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우상혁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밝은 미소도 김 감독의 조언으로 탄생했다. 그는 “결과에 관계 없이 경기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릴 때는 그러지 못했다. 감독님을 만나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 덕분에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도 생기고 성적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자신의 소원이자 마지막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향한 도전도 김 감독과 함께 꿈꾸고 있다. “우상혁이라는 선수 하나를 위해 희생하는 감독님께 항상 큰 감사를 느껴요. 꼭 2028년 LA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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