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직장인 중심으로 형성된 러닝 문화에 ‘영포티(young forty·젊은 40대)’로 불리는 40대가 대거 합류하고 있다. 퇴근길 러닝과 주말 마라톤으로 자기 관리를 즐기며 소비력까지 갖춘 중년층이 러닝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기존 젊은 층과 융화가 쉽지 않아 세대 간 온도 차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12일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 내 주요 러닝 편집숍 7곳의 매출은 총 96억 714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5억 7845만 원) 대비 약 17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매출(25억 7778만 원)과 비교해도 3.4배 증가한 수준을 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입점 매장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러닝 전문 매장만으로도 가파른 시장 확장세를 보여준다.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은 단연 30·40대다. 올해 기준 주요 편집숍 매출의 68.4%가 30·40대 소비자에게서 발생했다. 특히 40대 남성 14.9%, 여성 8.8%로 20대 남성(7.6%)과 여성(8.1%)을 모두 큰 수치로 앞질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젊은 척하는 꼰대’ ‘상위 1%인 줄 아는 아저씨’로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됐던 영포티가 실제로는 러닝·패션·건강관리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것이다. 서울의 한 러닝 편집숍 관계자는 “초기에는 20대 직장인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퇴근 후 러닝을 즐기는 40대가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구매력을 바탕으로 고가의 러닝화나 기능성 의류를 반복 구매하는 충성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닝 시장의 새 주역이 된 영포티를 향한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저씨 감성’이 짙어진다는 이유로 기존 소비층이었던 2030세대가 거리감을 두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2년째 러닝크루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올해 들어 가입 문의의 절반이 40대 이상”이라며 “젊은 회원들 사이에서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와 연령대별로 인원을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도 40대 중심으로 재편된 소비 흐름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중년 남성 고객이 늘면서 매출은 올랐지만 20대는 ‘아저씨 같다’며 구매를 꺼린다”며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를 다시 붙잡기 위한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앞서 한 증권사 리포트는 국내 러닝화·운동복 브랜드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소비층 고령화에 따른 이미지 희석’을 지목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년층이 시장을 떠받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한국 운동화 시장이 2022년 29억 달러(약 4조 2600억 원)에서 2030년 46억 달러(약 6조 76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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