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의 트랙맨코리아 사무실. 니콜라이 크로만 요르겐센(46·덴마크) 트랙맨 본사 부회장은 인터뷰에 앞선 사진 촬영 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트랙맨코리아 임직원들과 다같이 한 컷 찍는 건 어떨까요?”
그럼 포즈는 트랙맨의 ‘T’로 하는 게 좋겠다는 기자의 제안에 요르겐센씨는 가장 ‘적극적인’ T를 그리며 직원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트랙맨은 론치모니터(샷의 각종 데이터를 보여주는 장비)의 대명사다. 미사일 추적 원리인 도플러 레이더 방식으로 볼의 움직임을 출발 순간부터 착지까지 실측한다. 1초에 약 150개의 샷이 세계 각국에서 분석되고 있으며 올 한 해 이뤄진 샷 데이터 추적만도 약 50억 개에 이른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요르겐센 부회장한테서 트랙맨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들어봤다.
-트랙맨은 25년 전 덴마크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습니다. 25년 전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나요?
“2000년, 저는 덴마크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를 마무리하던 중이었고 그 후 덴마크와 미국에서 재무와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업을 마친 후엔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게 됐죠. 재무와 전략에 대한 제 배경은 트랙맨에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트랙맨의 비전은 모든 골프 샷을 추적하고 골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트랙맨에 한국은 몇 번째로 큰 시장인가요, 판매 대수로 보자면 전 세계 70여 개국 중 몇 번째인가요?
“국가별 판매 수치는 공유하거나 순위를 매기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인도어 골프 시장의 선도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트랙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크린 골프 시설과 수천 개의 드라이빙 레인지를 보유한 한국은 골프 인프라가 매우 밀집된 나라입니다.
또한 한국 골퍼들은 데이터의 정확성을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필드에서 휴대용 거리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데이터 기반의 연습이 한국 골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트랙맨이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올해 출시된 트랙맨 레인지와 곧 선보일 실내 연습장용 키오스크 솔루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첨단 기술을 더 많은 한국 골퍼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키오스크 솔루션은 한국 시장을 주요 타깃 중 하나로 설정하고 개발 중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트랙맨 본사는 더욱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최고 수준의 연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 사용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회사는 매출이나 기업 가치 측면에서 계속 성장세인가요?
“트랙맨은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매출이 전년 대비 23% 증가했습니다. 특히 올해 9월은 회사 역사상 월간 매출이 가장 높았던 달로 기록됐습니다. 2025년에는 작년 실적을 크게 웃도는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약 30%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 약 50억 개의 골프 샷 데이터를 추적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30% 이상의 성장에 해당합니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트랙맨 부킹&페이먼트와 같은 비즈니스 도구, 드라이빙 레인지 솔루션인 트랙맨 레인지, 그리고 야구 부문과 같은 기타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강한 성장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 골프를 시작한 많은 한국 골퍼들이 이제는 골프를 그만두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도 저희는 꾸준히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골프계에서 트랙맨 이전의 샷 측정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트랙맨과 같은 첨단 기술이 도입되기 전엔 골프 데이터 측정의 정밀성이 부족했고 고속카메라,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기본적인 레이더 속도 측정기, 임팩트 보드나 페이스 테이프처럼 보다 전통적인 도구와 방법에 의존했습니다. 또한 골퍼의 감각과 직관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도구와 방법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트랙맨 아이디어의 시작도 같은 맥락의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공동 창업자인 클라우스(Klaus Eldrup-Jørgensen)가 골프를 칠 때 눈으로 보거나 본인이 느끼는 것 외엔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술을 활용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골프 연습을 더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트랙맨의 근본적인 출발점이었고 이후의 이야기는 잘 알려진 대로 역사가 됐죠.”
-트랙맨은 골퍼에게 정말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연습하는 골퍼에게는 때로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간단하고 친절한 정보 제공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계신가요?
“트랙맨은 한 번의 스윙에서 4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올바르게 이해될 때에만 진정한 가치를 갖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그중 하나가 트랙맨 유니버시티입니다.
트랙맨 유니버시티는 계정만 생성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온라인 학습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은 40개 이상의 트랙맨 데이터 항목에 대해 명확한 정의와 해석, 그리고 각 항목이 어떻게 측정되는지 과학적 배경을 포함한 심층적인 교육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클럽과 론치, 볼 비행 데이터에 대한 용어와 해석 기술을 탐색할 수 있으며 쇼트 게임, 퍼트, 인공지능(AI) 기반 스윙 분석에 대한 구체적인 훈련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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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고급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트랙맨 유니버시티는 인증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누구나 시험을 완료함으로써 레벨 1·2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고급 인사이트, 레슨 방법론, 데이터 해석 전문성을 제출한 사람들은 트랙맨 마스터 인증 자격을 받게 됩니다. 누구나 골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트랙맨이 지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트랙맨 마스터가 진행하는 공식 세미나도 매달 최소 한 번씩 개최하고 있습니다. 일반 아마추어, 티칭 프로, 아카데미, 클럽 피터 등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으며 트랙맨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골퍼들이 트랙맨을 더 쉽게 사용하고 골프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arget Practice(타깃 프랙티스) 모드는 사용자들이 토털 거리나 캐리 거리 같은 8가지 데이터만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해 정보 과부하를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연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On-Course Practice(온-코스 프랙티스) 모드는 데이터보단 전략과 반복에 초점을 맞춥니다. 골퍼들은 현실적인 코스 환경 속에서 자신의 약점(예를 들어 어프로치 샷이나 티샷)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여전히 제공되지만 주요 목적은 실제 코스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트랙맨에 찍히는 수치들 중 당신은 어떤 항목을 가장 신경 쓰면서 연습하나요, 트랙맨을 통한 연습으로 스코어도 많이 낮아졌나요?
“요즘 저는 대부분의 골프를 여섯 살 된 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클럽 패스(Club Path)나 페이스 앵글(Face Angle)과 같은 데이터나 수치보다는 매직 폰드(Magic Pond)와 스크랩 야드(Scrap Yard) 같은 게임을 더 좋아합니다. 엔터테인먼트 기능으로서 트랙맨을 활용하며 저희 제품이 초보자나 어린이까지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럽과 미국의 인도어 시장에서 트랙맨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연간 트랙맨을 통해 수집되는 샷 데이터는 몇 개 정도인가요, 이 데이터들을 트랙맨은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나요?
“트랙맨은 전 세계적으로 초당 약 150개의 골프 샷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더 정확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품과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현재는 실외 성능에 근접한 실내 추적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단순한 측정 정확도를 넘어서 트랙맨은 골퍼들이 우리의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분석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더 직관적인 그래픽,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그리고 플레이어의 행동에 맞춘 기능들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발전 중 하나가 바로 맵 마이 백(Map My Bag) 기능입니다. 이 기능은 각 클럽의 평균 캐리 거리를 고객의 개인 트랙맨 계정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버추얼 골프를 플레이할 때 트랙맨은 남은 거리를 기반으로 적절한 클럽을 추천하는 AI 캐디 기능을 제공해 더 똑똑해지고 맞춤화한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트랙맨에 쌓이는 데이터들을 봤을 때 다른 나라 골퍼와 비교되는 한국 골퍼만의 특징도 드러날 것 같은데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는 현재 한국 골퍼들을 위한 샷 데이터를 별도로 분석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트랙맨의 사용 방식에 대해서는 연구하고 있으며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들의 80% 이상이 주로 일반 샷 분석 모드와 연습 모드(Shot Analysis and Practice Mode)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랙맨은 버추얼 골프처럼 게임과 같은 다양한 흥미로운 옵션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골프 기능은 460개 이상의 코스를 제공하며 이중 다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DP월드 투어, LIV 골프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대회 코스입니다. 게임 모드는 니어핀(Closest to the Pin)이나 장타 대회(Longest Drive)와 같은 고전적인 골프 게임을 넘어 다양한 형식과 차세대 그래픽, 그리고 사실적인 구현을 특징으로 합니다.
트랙맨은 이렇게 정확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몰입감 있고 고품질의 골프 경험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프로그램은 모든 실력 수준·연령·성별의 골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있어 트랙맨은 퍼포먼스 도구이자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한국에서 더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골퍼들 사이에서도 보다 다양한 사용 패턴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론치모니터는 이제 더 이상 낯선 기기가 아닙니다. 먼 미래엔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이 골퍼들에게 익숙해져 있을까요? 트랙맨이 미래 골퍼들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어떤 것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트랙맨의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는 분명합니다. 모든 장소에서 모든 골프 샷을 추적해 골퍼들이 보다 정확하게 연습하고 기술을 향상시키며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비전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저희가 TM360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는 인도어와 아웃도어, 연습과 레슨, 아마추어와 엘리트 선수, 골퍼와 연습장 운영자 등 골프의 모든 측면을 연결하는 완전히 통합된 트랙맨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이미 실행 중에 있으며 앞으로 도입할 기술들 역시 이 목표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트랙맨 레인지, 즉 드라이빙 레인지 솔루션을 출시했습니다. 또한 인도어 오픈 베이(Open-Bay) 연습 환경을 위한 새로운 키오스크 제품도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이는 실내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센터, 커뮤니티 센터, 골프 아카데미 등이 포함되며 이 제품은 내년 초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 두 솔루션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연습 공간에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들은 로리 매킬로이나 스코티 셰플러와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정밀도와 데이터 품질을 실내·외 연습장을 방문하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이제 골퍼들은 목적 없이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훈련하고 연습의 전반적인 질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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