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1년 6개월 가까이 표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에 대한 ‘입찰방식’을 올해 12월까지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방산업체 간 갈등으로 KDDX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상황에서 해군 전력 공백은 물론 K방산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사업을 더욱 늦출 수 없다는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이에 11월 중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의 만장일치 도출에 주력해 다음달 말 국방부 장관 주최로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DDX 사업을 통해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전력화할 예정인 해군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방사청은 올해 안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의 이 같은 입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와의 ‘수의계약’이냐 개념설계를 맡은 업체도 참여하는 ‘경쟁입찰’ 방식이냐 여부에 대한 최종 법률 검토 및 민간 전문가들 다수가 안정적 함정 건조를 위해선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동일 업체가 수행하는 게 타당하다는 공통된 의견으로 모아져 올해 안에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경쟁 업체 간 상생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법 개정 등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도 방사청의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여당이 민간 사업에 끼어들어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어떻게 방식으로 갈지는 주관부서인 방사청이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결국 모든 것을 책임지는 출발 원점에 선 방사청이 소요군인 해군의 요청을 반영해 기본설계 수행업체가 상설설계를 담당하는 기존 관례를 준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실시하면 KDDX 사업은 사실상 설계를 새롭게 수행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많은 시행착오가 우려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해군 지휘부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방사청은 국회와 민간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상생안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상세설계 및 1번함 건조는 HD현대중공업이 발주 시기를 기존 보다 상당히 앞당겨 1번함 개량인 2번함 건조는 한화오션이 건조해 사실상 공동 건조의 성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 상세설계 과정에 한화오션이 협력업체지만 준공동설계 지위를 부여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방사청 내부 방침대로 이뤄지면 KDDX 사업은 내부적 최종 법률 검토 이후 기술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달 중에 분과위 만장일치 도출→ 다음달 하순 방추위 의결을 통해 사업 방식에 대한 최종 결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7조 6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은 2036년까지 6000t급 6척 건조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2012년 개념설계와 2023년 기본설계 이후 2024년 6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거쳐 2029년 건조 및 시험평가를 마치고 2030년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쟁업체 간 법적 분쟁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1년 반 넘게 지연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방위사업청은 최종 결론을 도출하려고 했지만 6월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이 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군 당국을 압박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결국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자문위원회와 국회 설명회를 거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까지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는 까닭에 늦어도 10월에는 사업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마저 넘어가 면서 자칫 2년 가까이 사업 지체로 해군의 전력화 공백으로 이어져 해상방위 전력 구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사업자 방식 결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입찰공고를 거쳐 최종 사업자 결정 이후 선정된 체계종합업체가 수 백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과 기자재 납품 및 관련 협의까지 끝나야 방사청과 최종 건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내년 상반기 후반쯤 돼야 건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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