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살인 진드기병'으로 불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 수가 올해 200명을 넘기며 5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환자 대부분이 농작업 중 감염되는 고령 농민이지만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예방 예산은 1원도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전국에서 보고된 SFTS 환자는 총 220명(잠정)이다. 지난해 전체 환자 수 170명을 이미 넘어섰고, 2020년(243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SFTS는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병하는 감염병으로, 잠복기는 5~14일이며 고열·피로감·근육통·두통이 주요 증상이다. 소화기계와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혈소판·백혈구 감소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직 제대로 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국내 치명률은 18.5%에 달한다. 2013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후 지난해까지 환자 2065명 중 381명이 사망했다. 가장 환자가 많았던 해는 2017년(272명)이다. SFTS는 통상 6~10월 집중 발생하고 11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올해 환자는 더 늘 가능성이 있다.
환자 상당수는 논밭 작업 중 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대부분 고령 환자로, 올해 220명 중 128명(58.2%)이 70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농어촌 지역에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늘면서 외국인 감염 사례도 잇따르자 질병관리청은 최근 다국어 예방 홍보물을 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농식품부 총예산 18조7416억원 중 SFTS 예방이나 참진드기 방제, 농업인 맞춤형 교육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농민들이 살인 진드기의 표적이 되는 동안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예방 예산은커녕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라며 "SFTS를 즉시 농업인 직업병으로 공식 인정하고, 진드기 기피제와 보호복 보급 같은 실질적 예방 대책과 예산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쓰쓰가무시증은 올해 같은 기간 619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쓰쓰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을 가진 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며,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10일 이내 갑작스러운 발열 및 오한, 두통 등이 나타난 후 기침, 구토, 복통 같은 위장관 증상이 뒤따른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 활동 시 긴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매를 단단히 여미고 바지를 양말 안으로 집어넣어 진드기가 들어올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드기가 옷에 달라붙었을 때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풀 위에 앉을 때는 작업용 방석이나 돗자리를 사용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약 4시간마다 옷과 노출된 피부에 뿌려야 한다. 농작업 후에는 작업복을 충분히 털어내고 바로 세탁하며, 샤워하면서 벌레 물린 상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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