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막상 계엄을 해보면 별거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10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7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송 장관이 출석했다.
송 장관은 특검 측이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모인 국무위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느냐”고 묻자 “(계엄을)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와 같은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업무지시도 했고, 총리에게는 본인이 가야 할 일정이나 행사 등을 대신 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자신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무력감을 느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증언 과정에서 울먹이며 “국민들께 너무 송구했다. 이유도 모른 채 그 자리에 갔고, 대통령이 2~3분 정도 ‘통보’에 가까운 말씀을 하신 뒤 계엄을 선포했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서 무력감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동원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송 장관은 “계엄 당일 울산에서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전화해 ‘(대통령이) 찾으신다. 지금 들어오셔야 한다’고 했다”며 “이유는 들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오후 9시37분쯤 한덕수 전 총리에게서 ‘언제 도착하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10시10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한 전 총리는 ‘좀 더 빨리 올 수 없느냐’고 3~4차례 재촉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실에 도착했을 당시 분위기에 대해 그는 “대접견실은 매우 어수선했다”고 했다. 송 장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상황을 묻자 “귓속말로 ‘계엄’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송 장관은 또 당시 최상목 부총리가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생활을 이렇게 끝낼 것이냐”고 말했고, 이에 한 전 총리가 “나도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송 장관은 계엄 선포 과정이 통상적인 국무회의 절차와 전혀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각 부처 안건은 최소 일주일 전에 의안이 준비되고 관련 논의를 거친다”며 “그러나 비상계엄 건은 사전 논의도, 의견청취 절차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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