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크게 요동쳤지만 주요 교역국들과 관세 협상 타결이 이어지며 달러 변동성 지표가 안정세를 되찾는 양상이다.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ME그룹의 ‘유로-달러 CVOL 인덱스’가 이달 들어 1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CVOL 인덱스는 옵션 시장에서 산출된 향후 30일간 기대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외환시장에서 주식시장의 VIX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달러 가치 또한 반등하고 있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급락분을 일부 회복하며 최근 100선으로 회복했다. FT는 현재 수준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대대적인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자 글로벌 외환시장은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예상치 못한 혼란 속에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대규모 헤지 거래에 나섰고 하루 외환 거래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약 10조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끼칠 충격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겹치며 달러인덱스는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연초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 맺은 관세 합의가 시장 변동성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관세 충격을 잘 버텨냈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시장안정화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ING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 터너는 “세계는 트럼프 시대에 적응해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뉴스들을 걸러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미국 자산에 대한 비관론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PGIM의 글로벌 채권본부장 로버트 팁은 “미국 예외주의가 끝났다는 말이 많지만 큰 틀에서 보면 달러는 수년간 강세를 유지해왔다”며 “올해 약세는 상승장 속 일시적 조정일 뿐 달러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시장 거래를 위축시킨 결과로 해석한다. 물가와 고용 등 주요 거시지표를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포지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애널리스트는 “달러 변동성에 대한 기대가 급락한 것은 시장이 트럼프쇼크가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ngea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