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의 수사부터 예방·치료·재활까지 통합 관리하는 ‘한국형 마약청’ 성격의 마약범죄 전담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이르면 이달 17일 출범한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같은 사건을 중복 수사하거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사 효율이 떨어졌던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르면 이달 17일 수원지검에 마약 합수본을 설치할 계획이다. 검찰과 경찰을 비롯해 관세청·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최소 6개 기관이 참여해 총 80여 명 규모의 범정부 조직으로 꾸려진다.
초대 본부장에는 박재억 수원지검장(54·사법연수원 29기)이 유력하다. 박 지검장은 대검 마약과장과 조직범죄과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법무부 대변인, 인천지검장 등을 거친 ‘강력통’으로, 대검 마약부장 시절 범정부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검찰에서는 검사 6명을 포함해 약 40명의 수사 인력이 합수본에 배치된다. 신준호 부산지검 1차장검사(33기), 김희연 창원지검 마산지청 형사2부장검사(39기) 등 마약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포함됐다. 검찰 인선은 이미 마무리됐으며, 경찰은 경무관과 총경급 간부 등 33명의 파견 인선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새롭게 출범시키는 합수본은 급증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수사·자금추적 기능을 통합한 국가 단위의 단일 수사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분리된 체계에서 중복 수사와 정보 단절로 비효율이 발생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양 기관의 강점을 결합해 수사 효율성과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검찰이 해외 밀수 및 조직망 추적에, 경찰이 국내 유통과 검거에 강점을 지닌 만큼,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 마약 공급망을 동시에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500만 원 이상의 마약 밀수·수출입 범죄로 제한돼 있고 마약 단순 소지·소유·사용·운반·관리·투약·보관 등의 사건은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마약 범죄는 투약자에서 유통책, 공급책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를 띠는데, 투약 단계부터 검찰이 접근하지 못하면 공급망 전체를 추적하기 어렵다”며 “합수본 출범으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본은 해외 마약 유통망 차단을 위한 국제 공조에도 힘을 싣는다. 검찰은 2019년부터 태국 마약청과 수사관을 상호 파견하며 협력을 이어왔고 올해는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공조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마약의 원산지 단계에서 유통망을 차단하는 ‘원점 타격형 국제 공조 수사’의 일환이다. 경찰 또한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극동지역 마약법집행회의’를 공동 개최하고, 인터폴과의 합동 작전을 통해 다국적 마약 조직 해체와 국내 송환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수사 기능을 넘어 마약 중독 예방·재활·치료까지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마약 대응 컨트롤타워로 합수본을 발전시킬 방침이다. 현재 교정시설 내 마약사범은 약 6300명에 달하지만, 재활 전담 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미국의 마약단속국(DEA)이 주로 마약 수사에 집중하는 기관이라면 합수본은 수사뿐 아니라 사후 관리와 예방까지 포괄하는 보다 확대된 개념의 ‘마약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합수본이 내년 10월 출범 예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시범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수청은 마약·부패·경제 등 9대 중대범죄를 전담하며, 검찰과 경찰 출신 인력이 함께 근무하는 통합 수사 조직이 될 전망이다. 내년 10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지는 만큼 새 체제에서 검사와 마약수사관의 권한 및 기능을 어떻게 재편할지가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합수본 운영을 통해 검·경 합동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미리 점검·보완하고 이를 토대로 중수청의 실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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