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규제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이 진행된다. 규제 강화 이후 청약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진 가운데 서초·분당 등 선호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인 점을 감안하면 현금 부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여타 규제 지역에서 청약 일정이 잇따라 미뤄지고 있어 아파트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더샵 분당티에르원’,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10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나란히 청약 일정에 돌입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6일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와 경기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구, 안양 동안구 등)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확대 지정했다. 이후 규제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두 단지의 청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10·15 대책으로 해당 지역들의 대출·청약 규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규제지역에서는 신규분양 단지의 중도금·잔금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된다. 게다가 10·15 대책은 규제지역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에 따라 차등화했다. 이에 따라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규제지역은 1순위 인정도 더 까다로워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2년 지나야 하고 세대주여야 한다.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15억 원을 넘으면 잔금 대출이 LTV 40%보다 적게 나오기 때문에 잔금 때 중도금 대출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며 “분양가가 17억 원이라고 하면 현금이 13억 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청약자의 현금 동원력이 6·27 대출 규제 이후보다 더 중요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더샵 분당티에르원과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이 무난히 청약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단지 모두 수도권의 최선호 지역에 공급되는 데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20~30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체 2091가구 중 506가구를 일반 분양하는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의 분양가는 전용 59㎡가 최고 21억 3100만 원, 전용 84㎡가 최고 27억 4900만 원이다. 일대 대장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지난달 65억 1000만 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약 37억 원 싸다. 앞서 6·27 대출 규제 이후 첫 강남권 분양이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청약에 7만여 명이 접수한 바 있어 이번에도 ‘현금 부자’ 수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샵 분당티에르원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 리모델링으로 공급되는 단지로 전체 873가구 중 전용 66~84㎡ 102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모든 주택형의 3.3㎡당 분양가가 7000만 원 이상이며 전용 84㎡가 최고 26억 84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정부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외 규제 지역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아 분양가가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과 비슷하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리모델링 신축치고 분양가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분당에 드문 신축인데다가 지하철 정자역 초역세권이고 분당구 인구가 46~47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수천 명이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5일 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 비규제지역 청약 기준을 따른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 대출 규제는 10·15 대책 내용대로 적용되고 전매 제한 기간도 3년이라 유의해야 한다.
한편 규제 강화 이후 청약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경기 용인, 수원 등 규제지역에서는 청약 일정을 미루는 단지가 나타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10·15 대책이 워낙 강력해 일단 다른 단지들의 청약 결과를 지켜보려 한다”며 “핵심지가 아닌 규제지역은 정부 대책으로 분양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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