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신안군의 작은 섬에서 어업에 종사해 온 박모(70대·여성)는 원인 모를 얼굴 부종, 어지럼증 등의 증상에 시달렸다. 섬 안에 보건소가 없어 진료를 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진료를 받으려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약국에서 약을 받아 다시 섬으로 돌아와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보건소가 없는 유인도서 거주 어업인에게 비대면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비대면 섬 닥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박씨는 해수부가 구축한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받고서야 증상의 원인이 당뇨병이었음을 알았다. 혈당측정기와 당뇨약 처방을 받았고, 마을회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의사와 화상통화가 가능해지면서 정기적인 혈당관리가 가능해졌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해수부의 '2025년 비대면 섬 닥터' 사업 추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약 7개월 동안 127개 섬에서 총 1914명이 비대면진료를 받았다. 그 중 847건은 올해 신규 등록한 지역에서, 1067건은 지난해 등록한 57개 섬에서 이뤄졌다.
전국 464개 유인도서 중 보건소가 없는 섬은 약 200개다. 해수부는 전남 신안군에서 시작된 어촌복지버스 사업의 일환으로 비대면 플랫폼기업 나만의 닥터와 함께 섬·어촌 지역 여건에 맞게 구성한 '비대면 섬 닥터'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어업인이 모바일앱에 접속하면 실시간 진료는 물론 약 처방과 배송, 병원 예약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진료를 원하는 주민이 모니터를 통해 의사와 만나면 약은 집으로 배송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 내 대표자를 교육시키고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대형 TV를 활용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할 때 모여서 진료받도록 만들었다"며 "사업 첫해 등록한 섬들에서 저절로 비대면진료를 활용하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비대면 섬닥터 사업에 참여한 환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70대(35.0%)가 가장 많았고, 80대(28.1%)·60대(23.0%)·50대(6.9%)·40대(2.4%) 순이었다. 2년간 190개 섬에서 발생한 비대면 진료 건수는 누적 3212건이다. 재진건수를 감안하면 섬 주민 2300여 명이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도입 초기 낯설어하던 섬 주민들은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후 스스로 찾고 있다. 해수부가 섬 거주 어업인들의 의료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에 9.7점을 기록했다. 원격지료를 이용한 어업인들은 처방에 걸리는 시간을 평균 11시간 12분 줄였고, 17만 원 상당의 비용을 절약했다고 답했다. 해수부는 올해 안에 이 사업을 200개 섬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이 이렇게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지만 정작 플랫폼 업계는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50곳이 넘던 관련 스타트업은 현재 20여 곳만 남았다. 2023년 6월 팬데믹 종료와 함께 시범사업으로 전환됐고, 지난 정부에서 비롯된 의정갈등 시기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됐을 뿐 법제화 논의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관련 의료법 개정안 총 7건 발의돼 18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병합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연말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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