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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도시의 또 다른 재난, 외로움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스마트도시·건축학회장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인구 감소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서울은 인구 절벽의 경고 앞에 서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가와 도시 행정이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과 함께 도시를 잠식하는 또 다른 재난이 있다. 바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되는 자살이다.

서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23명, 뉴욕의 3배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급증한 1인 가구는 도시의 가장 외로운 이웃이 됐고 그 고립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살은 돌발 사건이 아니라 오랜 외로움의 결과다. 청년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 중장년은 가족과 경제의 단절, 노년은 신체적 제약으로 사회에서 멀어진다. 세대의 형편은 달라도 원인은 같다. 함께 살아가던 동네의 온기와 이웃의 연결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이제 개인과 가족의 불행을 넘어 도시의 건강한 기반을 무너뜨리는 사회적 재난이다.

외로움은 세계 도시가 함께 겪는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과 고립을 공중보건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OECD는 외로움이 사회적 신뢰와 생산성까지 위축시킨다고 경고한다. 유엔 해비타트는 스마트도시와 디지털 전환이 사람 중심의 공동체 회복에 초점 맞출 것을 강조한다. 뉴욕시는 외로움을 자살의 전조, 즉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도시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주거·건강·복지·커뮤니티 기능을 통합하고 데이터 기반 돌봄망을 구축해 외로움을 도시 인프라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주거 안정 속에서 정신 건강과 사회 복귀를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자살률 감소 및 출산율 향상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 혁신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이제 외로움의 치유는 개인의 위로를 넘어 생명을 지키고 새로운 생명을 자라나게 하는 도시의 ‘생명 인프라’다. 이는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신 건강과 생명,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도시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결국 도시의 품격은 외로움을 얼마나 따뜻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도시에서도 외로움의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 자살을 막아야 한다. 주거·복지·커뮤니티·돌봄 정책을 통합하고 그 기능을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계해 공간과 서비스, 이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라 외로움을 막고 사람을 잇는 도시의 생명 인프라다. 고립 위험이 큰 1인 가구와 저층 주거 지역에서 그 필요는 더욱 절실하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행정과 이웃이 함께 대응하는 돌봄망을 구축해야 한다. 많은 예산이나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정책과 자원을 잘 엮고 통합하면 된다. 생각의 전환과 작은 연결이 시민의 삶을 지키는 도시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외로움이 가장 깊다는 아이러니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살을 막는 일은 특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며 누구도 외로움 속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도시의 결심에서 시작된다. 출산율을 높이는 일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면 외로움과 자살을 줄이는 일은 오늘을 지키는 일이다. 두 과제가 함께 나아갈 때 도시는 더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 좋은 도시는 복잡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함께 사는 삶이 낯설지 않고, 외롭지 않은 동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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