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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더' 자리 노리는 탄소 최다 배출국[페트로-일렉트로]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7일(현지 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행사는 10일 벨렝에서 개막하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30)에 앞서 열렸다. AFP연합뉴스




<세 줄 요약>

1.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미국은 점차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중국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2.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수출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3. 특히 신흥국에 대한 청정에너지 수출과 기후 피해 지원을 통해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전략으로 기후외교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모습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 올해 제30차를 맞는 COP는 하루 뒤인 10일(현지 시간)부터 브라질 벨렝에서 열립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 극한 기우에 대한 적응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현안이 COP 30에서 논의될 예정인데요.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사기”라고 단정 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 속에 미 백악관은 COP 30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최소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발을 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죠. 기후 대응, 나아가 다자 외교를 경시하는 미국의 빈자리를 노리는 나라가 있죠. 바로 중국입니다. 사실 꼭 미국의 이탈 때문이 아니더라도 중국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중국 동부 산둥성 웨이팡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따라 풍력터빈이 설치되어 있다. AP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초격차’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상반된 면모를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데요. 2023년 기준 세계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죠. 여전히 석탄을 주요 발전원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밝힌 온실가스 감축 목표, 즉 2035년까지 최고치 대비 7~10%를 줄이겠다는 것은 ‘탄소 최다 배출국’ 중국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미진한 숫자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 지난해 증가한 중국 전력 수요의 84%가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채워졌습니다. 시 주석이 유엔 기후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한 가지 목표를 더 놨는데요. 현재 1700GW 규모인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비를 향후 10년 안에 3600GW까지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는 330GW, 유럽연합(EU)는 570GW였으니, 말 그대로 압도적인 격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 재생에너지 기조를 밀어 부치고 있고, EU는 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수년 내에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NDC 낮게 잡은 진짜 이유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청정 기술은 시 주석의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임무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와 시진핑 정권 유지를 위한 동력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체제가 급변하지 않는 이상,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세계에서 드물게(또는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치 대로 달성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한국을 포함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른바 NDC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죠.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최근 50~60%, 53~60% 두 가지 최종 안을 마련한 상태이고요. 그러나 NDC는 제출은 의무이지만, 실제 이행 단계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NDC가 ‘선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중국은 선언을 넘어 실제 이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겁니다. 중국이 다른 당사국에 비해 한참 낮은 감축 목표(7~10%)를 세운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다르게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상당한 명분을 쥐게 되는 셈이죠. 이런 측면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NDC는 실질적이고 정량화된 목표이며, 이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 대응과 ‘글로벌 사우스’ 전략


중국은 재생에너지 수출을 통해 신흥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도 나섰습니다. 엠버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배터리, 탄소 감축 기술 등 청정 에너지 관련 수출이 1200억 달러(약 174조 94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중국의 청정 에너지 수출은 주로 신흥국으로 향했는데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아프리카의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량은 총 15GW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동안 17GW에서 최대 22G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중국산이 94%를 차지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신흥국이 중국의 최대 고객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신흥국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재생에너지를 의존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단순히 에너지 수출 뿐 아니라 신흥국의 기후변화 손해 보상에 대한 자금 지원에도 나섰는데요.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국제 기금인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공식적인 기여는 거부하고 있지만, 대신 2016년 200억 달러 규모의 자체적인 ‘남남(South-South)협력기금’을 조성해 기후변화 취약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올 9월 유엔 총회에서 유엔과 손잡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 단위의 또 다른 기금을 설립, 1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기금 지원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죠. 유엔환경계획(UNEP)이 COP 30을 앞두고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 비용은 최대 3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비용을 개도국들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국제사회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규모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21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 26에서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이 쌓는 공공 자금의 규모를 기존 2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2배 확대하기로 합의했는데요. 그러나 이 자금의 적립액은 260억 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1년 전인 2023년 280억 달러보다 오히려 20억 달러 감소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사기라며 대응을 외면하고 있고, 선진국들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신흥국 포섭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글로벌 사우스’ 전략으로 서방 주도의 질서를 대체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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