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대체하는 가운데 지난달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22년 만에 가장 많은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장 기록을 쓰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실업률도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고용 정보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내고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10월에 새로 해고하겠다고 밝힌 인원만 15만 307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9월 5만 4064명, 지난해 10월 5만 5597명보다 세 배나 폭증한 규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개월간 발표한 해고 인원만 109만 95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급속히 위축됐던 2020년(230만 4755명)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기업들이 아직 발표하지 않은 지난달 해고 인원까지 더하면 총 17만 1874명으로 늘어 10월 기준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의 감원 바람은 AI 도입에 직격탄을 맞은 기술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기업들은 지난달 기술 부문에서만 3만 3281명의 감원을 발표해 9월의 5639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기술기업이 올 1~10월 공표한 감원 인력 14만 1159명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 470명보다 17% 늘었다.
여기에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 사태 장기화로 실업률까지 들썩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카고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10월 실시간 실업률을 4.36%로 추정했다. 이는 9월(4.35%)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시카고연은의 추정이 맞다면 미국의 실업률은 노동부 통계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기 막바지인 2021년 10월(4.50%) 이후 가장 높다. 시카고연은은 실시간 민간 데이터와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의 자료를 결합해 통계를 낸다.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보기 시작했다. 실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전날 62.0%에서 67.0%로 높여 잡았다. 금리 동결 확률은 38.0%에서 33.0%로 낮아졌다.
다만 연준 인사들은 셧다운 사태에 따라 물가 상승률 역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셧다운 사태로 9월 고용보고서,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를 모두 미룬 상태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의 부재를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도 이날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수준인 데다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반면 고용시장은 다소 약화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견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달 3일 한 행사에서 “고용시장의 추가 약화 위험이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같은 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음 회의에서 새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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