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인의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복수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7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지금부터 러시아 국민은 복수 입국 비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며 “EU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이번 조치가 공공질서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며, 반체제 인사나 독립 언론인, 인권활동가 등에게는 예외적으로 제한적 허용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전쟁을 시작해놓고 유럽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EU 여행은 당연한 것이 아닌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이미 2022년 말 러시아와 비자 간소화 협정을 중단하고 비자 발급 비용을 올리는 등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한 바 있다. 발트 국가 등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은 러시아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엄격한 제한을 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유럽 내 솅겐 비자를 받은 러시아인은 50만명에 달했다. 전쟁 이전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상당수 러시아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유럽을 활보한 셈이다.
솅겐 국가는 1985년 룩셈부르크 솅겐에서 체결된 솅겐 조약에 가입된 유럽 나라로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와 같은 절차를 면제함으로써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한다.
EU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전쟁 종식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몰하는 등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우려도 부쩍 커졌다는 점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ngea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