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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과 신토불이 [조금평의 농촌 유토피아]

조금평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올해 문화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 이른바 ‘케데헌’일 것이다. ‘케데헌’의 성공은 세계 속에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서는 스타로, 무대 밖에서는 악마를 사냥하는 영웅으로 설정하여 한국적 정서와 감성을 세계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판타지 영화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성공이 아닌 우리 문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K-컬처의 영향력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작품의 기획, 배급, 제작이 미국과 일본 및 다국적 스튜디오로 우리나라가 아닌 외부 자본과 인프라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로 산업 구조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문화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묻는 근본적 질문을 남긴다. 문화의 원천은 한국이지만, 부가가치는 해외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는 문화산업의 한계만은 아니다.

우리는 1980년대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쳤다. ‘우리 땅에서 자란 먹거리가 우리의 몸에 가장 잘 맞는다’는 단순한 진리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자 농업의 자존심으로 당시 생명운동의 철학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시장은 ‘우리 것이 좋다’는 자부심만으로 설득되지 않는다. 신토불이는 보존의 언어가 아니라 확장의 언어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우리 땅의 자원을 지키는 것을 넘어, 세계와 공유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천지 만물을 따르는 자연법칙의 존중과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실천을 강조한 주자(朱子)와 양명(陽明)의 논설이 천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자연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탐구는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우리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맛을 세계인의 입맛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하는 이유이다.

케데헌 포스터




문화가 경계를 허물듯, 농업도 더 이상 지역의 울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케데헌’이 한국의 정서를 담아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했듯이, 우리 농업도 지역 정체성과 세계 감각이 결합된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한다.

지난달 전남 완도군 완도읍 죽청리 농공단지를 방문했다. 끝없이 펼쳐진 청정 해역과 갯내음, 그곳에서 묵묵히 ‘K-해산물’의 세계화 확장을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정대한 (유)대한물산 대표를 만났다. 그는 부모님과 그가 태어나고 자란 완도 바다의 자연 해산물인 김, 다시마, 파래 등에 원시 바다의 청정함 속에서 채취된 고순도 크리스탈 암염을 결합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프리미엄 식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또한 서울과 완도를 오가며 천연 암염의 식품학적 특성과 관리체계 구축에 몰두 중인 황원영 클레오파트라솔트 팀장과 김민후 팀장을 만났다. 이들은 청년 감성으로 글로벌 시장 도전과 품질 향상 시스템 정립에 몰두 중이었다. 지역 정체성과 글로벌 감각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그곳은 ‘K-푸드’의 미래와 K-컬처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장이었다.

이들의 시도는 단순한 상품 개발이 아닌, 우리 땅의 자원이 세계의 맛과 감성으로 재탄생하는 창조의 과정으로 그야말로 농촌유토피아가 추구하는 ‘로컬에서 글로벌로(Local to Global)’의 실천이며, 우리 농촌 문화 창조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의 농촌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의 공간을 넘어, 문화와 산업, 농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가치 창조의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 지속가능성과 지역 정체성,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문화산업의 핵심 축으로 시선을 새로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민관 협력의 장기 투자, 인프라 구축, 세계관 설계 전문가 양성, 글로벌 유통 파트너십 등 콘텐츠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국가적 전략이 시급하다. 농촌의 자원을 재해석하고, 글로벌 시장의 언어로 재현하는 노력, 그 변화의 시작이 일어나야 한다. 농촌의 변화가 멈추면, 우리의 미래도 멈추는 것이다. 농촌은 생존의 공간을 넘어, ‘가치를 창조하는 문화의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케데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것은 K-컬처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며, 동시에 우리 농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신토불이의 철학은 ‘우리 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아가는 것’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K-신토불이, 즉, 세계 속의 우리 농산물과 세계를 품은 우리 농촌의 길이다. 이것이 농촌이 지속하는 길이며, 농촌유토피아의 새로운 정의가 될 것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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