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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앞지른 NDC…철강·화학·자동차 비상[Pick코노미]

■53% 감축 유력…벼랑 끝 산업계

정부 '50~60%' '53~60%' 제시

2018년 대비 최대 4.5억톤 줄여야

中 10% 감축에 美는 백지화했는데

전세계 배출량의 1% 韓만 역주행

수소환원제철로 감축 이끈다지만

2037년에야 상용화…현실성 없어

내연차 2035년 생산 중단 가능성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 이상 줄인다는 내용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현재 NDC는 2030년까지 40% 감축인데 향후 10년 내에 10%포인트를 더 줄이겠다고 목표치를 높인 것이다. NDC가 껑충 뛰면서 미국 관세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제조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NDC 대국민 공청회’에서 2035년 감축률을 ‘50~60%’ ‘53~60%’ 등 두 가지 안으로 나눠 제시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시민단체와 산업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단일 목표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데 정부 내부에서는 53%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금까지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3~4배에 달하는 양을 향후 10년간 줄여야 한다”면서 “남은 10년이 우리의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분야에서 대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초 산업계가 제안한 48% 감축 목표안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보다 5%포인트나 높은 목표치가 설정되면서다. 특히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NDC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감축 목표가 7~10%에 불과할 뿐 아니라 2위 배출국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NDC 이행을 무기 연기한 상태여서다. 지난해 기준 두 나라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3%에 달하는 데 비해 한국의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경 규제는 남들보다 앞서나가며 헤드윈드(맞바람)를 맞을 필요가 없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의 2035년 NDC가 베일을 벗자 산업계에서는 비현실적인 안이라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정부안의 상한선이 산업계가 감당 가능한 최대치로 제안한 48%보다 12%포인트나 높아서다. 50%와 53%로 제시된 하한선을 달성하는 데도 시멘트·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상당한 피해가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 정책은 하한선에 맞추되 노후 설비 교체나 연구개발(R&D) 지원, 탄소포집·저장·활용(CCUS)과 같은 진흥 정책은 상한선 달성을 목표로 집행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NDC를 설정할 때 국격 못지않게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이상적인 NDC를 설정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목표가 산업 경쟁력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철강 산업은 용광로를 가열하고 철광석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석탄의 일종인 코크스를 대량 사용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꼽힌다. 강 전무는 “과도한 감축 목표가 설정될 경우 인위적 생산 감축이 불가능하다”며 “이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국내 고용 및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획이 기술 발전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해 철강업 부문 배출량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인데 업계에서는 2037년에야 수소환원제철이 도입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어 2035년 NDC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연합뉴스


자동차 업계 역시 높은 수준의 NDC 목표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9750만 톤이었는데 정부안에 따르면 10년 만에 이를 3680만~4890만 톤으로 절반 이상 낮춰야 해서다. 특히 하한선이 50%냐 53%냐에 따라 달라지는 감축 목표량(2230만 톤)의 43%는 수송 부문의 차이(960만 톤)여서 하한선이 어떻게 설정되느냐를 두고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제한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논의됐던 48%, 53% 감축안에서 무공해차 등록 비중이 각각 30%, 34%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61%, 65% 감축안에서는 무공해차 비중이 35%보다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35년 이후 판매되는 신차의 대부분이 무공해차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최근 토론회에서 “내연차를 지금보다 2배 속도로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당장 10년 뒤 내연차 생산라인을 멈추면 이와 관계된 수많은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생계도 함께 끊긴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는 3일 정부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사실상 내연차 퇴출 수준의 목표를 잡을 경우 부품 산업의 구조조정과 대규모 고용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무공해차 비중을 19.7~23.2%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 사진 제공=현대차·기아


NDC 계획이 배출권거래제나 대기환경보전법과 같은 규제 정책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는 점 또한 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NDC 목표 상향 조정에 따라 기업들의 배출권 구입 부담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탄소 배출 감축량의 상당 부분이 몰린 발전 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부에 따르면 2018년 2억 83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한 발전 업계는 2035년 배출량을 7000만~8830만 톤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감축률이 68.8~75.3%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전력 부문 감축률 68%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9%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29%로 높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지난해 28%였던 석탄발전 비중은 8%대까지 낮아져야 한다.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원전 비중은 지금과 같이 30%대 초중반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나온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혁명과 반도체 산업 발전 등을 고려하면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며 “탄소 중립과 전력수급을 모두 만족하려면 원전을 당초 계획보다 더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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