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의 유전 요인을 대거 규명해 정밀 맞춤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 노인성 치매 환자 코호트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질병청은 2021년부터 신경계 문제가 없는 정상인과 치매 전단계에 해당하는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를 장기간 추적해 자료를 수집하고 노인성 치매환자 코호트를 구축 중이다. 국내 대학·의료기관과 협력해 뇌질환 코호트 데이터를 연계하는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과 협업해 한국인 치매 환자 코호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규모 유전체연관분석(GWAS)과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뇌 영상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의 핵심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의 뇌 내 축적에 관여하는 'SORL1' 유전자가 미세아교세포를 통해 알츠하이머의 병리적 발현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여러 개의 유전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더 심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해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누적 효과'도 확인했다. 이 모델은 개인의 유전적 조합에 따른 발병 예측과 맞춤형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5700만 명 이상이 고통받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유전적 요인이 60∼8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종전까지 대규모 유전체 분석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에 편중돼 있어 한국인 등 아시아인종의 특이적 변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부분 임상 진단만을 기준으로 진행돼 병리적인 축적을 규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서상원 교수는 "임상 진단 중심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병리적 바이오마커와 유전체 정보를 결합해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정밀한 위험 예측과 맞춤 치료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는 국가주도로 구축한 코호트와 데이터 인프라가 중요함을 입증한 사례”라며 “유전체·임상·영상 정보를 통합한 연구를 적극 지원해 치매를 비롯한 주요 만성질환의 조기 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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