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들은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자연, 도시와 건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눈길을 끌었다. 공공성의 구현과 함께 폐쇄적 공간 구조에 도전해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제시했다는 점 등 사회적 과제에 대해 다양한 건축적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거나 기존 건축 관행의 한계를 극복하며 건축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건축물 부문 공공분야 대상을 받은 ‘주례열린도서관’은 부산 사상구가 주민 요청으로 조성한 주민 주도형 공공시설이다. 당초 아파트 건설 예정지였던 부지를 사상구가 매입해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도서관으로 건립했다. 설계를 맡은 이동규 스튜디오 BA 대표와 정대교 자인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도서관 전체를 경계 없는 하나의 공간으로 조성했다. 기존 도서관은 로비와 어린이 열람실, 일반 열람실이 분리돼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머물 수 없는 구조였는데, 공공 도서관에 카페처럼 열린 공간 형태를 도입한 것이다.
중앙 공간은 수직으로 시선을 연결해 북 카페와 패밀리룸, 어린이자료실 등을 ‘스킵 플로어’ 형태로 구성했다. 전체 동선은 나무로 마감하고 계단 광장에는 램프 산책로를 연결했으며 천장 흡음 패널을 충분히 설치해 열린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문제도 해결했다. 주례 1·2·3동 거점에 위치한 부지 주변은 생활 녹지가 부족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생하는 숲을 보존해 자연으로 열린 테라스와 힐링 공간을 연결했다.
민간분야 대상을 받은 ‘교촌 1991 빌딩’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 들어선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교촌F&B의 사옥이다. 지하 4층~지상 11층 규모의 이 건물은 기업이 추구하는 투명성과 신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가치를 건축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계자인 인의식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대표는 건물 외관의 높이에 따라 다른 설계를 적용했다. 저층부는 투명한 유리로 개방감을 강조했고, 중층부는 미세한 무늬가 인쇄된 프린티드 글라스와 알루미늄 루버를 설치했다. 30㎝와 60㎝의 서로 다른 깊이의 루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물 표면의 밝기를 달리하며 냉방 효과도 높였다. 상층부는 투명 유리를 사용해 옥상 정원이 공중에 떠 있는 자연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경사진 지붕과 조명은 해가 진 후 나무와 풀의 윤곽이 외벽에 비치게 했다. 건물 내부는 중앙에 파티오 정원을 두어 안쪽까지 햇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했다. 임직원은 이 정원을 통해 시각적 여유와 휴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건축가의 설명이다. 기업의 가치를 시각적·기능적·정서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라는 평을 받았다.
주택분야 대상을 받은 ‘e편한세상 고덕어반브릿지’는 도시와 단지의 연결이라는 철학적으로 설계됐다. 조주환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대표와 전이서 전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경계부에 저층형 타입을 배치해 ‘저층+중층+고층’의 입체적 외형을 만들었다. 중앙 공공보행통로를 공원형 보행가로로 확장해 서울시와 하남시의 생태축, 솔뜨락공원까지 연결되는 도시 산책로이자 단지 내 센트럴 파크로 조성했다. 지하부터 지상으로 연결된 입체적 중앙광장은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외부 공간이다. 특정 건물에 커뮤니티 시설을 집중하기보다 단지를 연결하는 공간 곳곳에 주민 편의시설을 배치해 연결성을 확보했다. 입주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폐쇄성이 강조되는 한국 주거 문화의 한계를 극복한 점이 장점으로 손꼽혔다.
한옥 부문 대상을 받은 ‘서희재’는 은평한옥마을에 자리한 주택으로, 전통 한옥의 가치를 현대적 요구에 맞춰 재해석했다. 구조물을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배치했으며, 대청과 누마루는 마당을 향해 열려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다. 설계자인 최지희 어번디테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인접한 옆집과의 시선을 고려해 누마루에는 개폐 가능한 한식 판문을 설치했다. 정면은 북한산을 향해 열려 있어 실내에서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대청과 안방에는 단열과 기밀성이 뛰어난 한식 시스템 창호를, 나머지 공간에는 전통 창호를 적용해 전통미와 현대적 편의를 모두 갖췄다.
건축물 부문 본상은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 이룸관’과 ‘현대자동차그룹 영남권 교육시설’, ‘5·3·2 2·3·5’가 수상했다. 한옥 부문 본상은 ‘더한옥헤리티지 하우스 종택’과 ‘옥인 육아어울림센터’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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