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국가 간 조약이 아닌 데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은 국부 유출이 우려되는 관세 협상인 만큼 국회 비준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또 한번 충돌이 예상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 비준 관련 입장을 이같이 정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비준 동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국회는 특별법 등으로 정부의 협상 결과를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미 관세 협상 결과로 마련된 MOU를 두고 국회 비준 사안인지를 검토해왔다. MOU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2000억 달러의 직접투자를 포함한 3500억 달러의 투자펀드라 중대 사안인 만큼 국회에 보고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헌법 60조는 ‘국가·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국회에 동의권을 부여한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관세 협상 타결 후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당정은 국회 비준을 구할 경우 여야 대치로 그 과정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 결과 미국의 관세 인하 지연으로 인한 기업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특별법 추진으로 협상 후속 조치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만든 외교적 성과를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며 “조인트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가 완성되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투자특별법'을 이달 중에 최우선으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별법에는 대미투자펀드 설치 근거, 운용 방식 등이 담기게 된다. 특히 외환보유액 수익을 사용하려면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한미 양국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달의 첫날로 소급해 미국이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달 내에 특별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국회 비준이 의무 사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1인당 1000만 원에 가까운 부담을 지는 관세 협상을 해놓고 국회에 비준을 받지 않겠다는 건 어떤 오만함이냐”며 “합의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 비준을 받은 후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논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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