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허링(하키와 유사한 전통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DJ 케리(54)가 암 환자 행세로 팬들을 속여 거액을 편취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허링계의 마라도나'로 불리며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던 그가 코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은 사진으로 의료용 산소 기구를 착용한 것처럼 위장해 선의를 악용한 치밀한 범행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일랜드 법원은 케리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암 치료비 명목으로 49만1000유로(약 6억5000만원)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범행 수법은 교묘했다. 그는 코에 아이폰 충전기를 꽂은 채 병상에 누워있는 사진을 찍어 피해자들에게 전송했다. 의료용 산소 공급 장치를 착용한 중증 환자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연출이었다.
케리는 피해자들에게 "병원 치료 중 과다 방사선 노출로 피해를 입었고, 보건당국(HSE)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곧 100만유로 이상의 배상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거짓말했다. 배상금을 받으면 돈을 갚겠다며 안심시켰지만, 실제로는 보건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범행이 드러난 계기는 금융기관 직원의 주의 깊은 관찰이었다. 한 노인 고객이 케리에게 거액을 이체하려 하자 금융기관 측이 수상하게 여겨 당국에 신고했고, 이후 수사가 진행됐다.
재판을 맡은 마틴 놀런 판사는 "사기범들은 통상 인간의 탐욕을 이용하지만, 케리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악용했다"며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하는 것보다 더 비난받을 만한 사기는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전과가 없고 과거 사회 기여도를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사는 "케리는 대중의 증오와 조롱을 받았고, 그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리는 법정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선고를 들었다.
케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킬케니 팀에서 활약하며 올아일랜드 우승 5회, 올스타상 9회를 수상한 전설적 선수였다.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젊은 선수들의 우상' '허링의 전설' 등으로 불렸다. 데일리메일은 "은퇴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몰락하기 전까지 아일랜드 스포츠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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