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건축물에도 나이가 있다. 은퇴한 노인이 제2의 삶을 개척하듯 쓰임새가 다한 건물도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
시대를 대표했거나 특정 역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일수록 본래 기능을 다하면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유행의 첨단에 있던 X세대가 긍정과 부정의 뜻을 동시에 담은 ‘영포티’가 되듯이 건물 역시 전환기를 어떻게 보내나에 따라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도, 현재와 미래를 매개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각인: 刻印 - 지워지지 않는 자리’는 일제강점기 인천육군조병창으로 시작해 미군기지로도 사용됐던 캠프마켓이 미군 철수 후 역사공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담았다. 무조건적인 보존이나 복원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억과 경험이 축적되는 흔적의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기 위해 굴착된 공간을 하나의 광장으로 구성한 점이 참신했다는 평가다. 시간이 흘러 일부 건물이 수명을 다해도 광장은 하나의 흔적으로 남아 각인된다는 설정이다. 이를 위해 리노베이션 단계도 부분철거부터 뼈대 남기기까지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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