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에서 또다시 중국산 ‘차(茶)’ 봉지로 포장된 마약이 발견되면서 해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두 달 새 네 번째 신고가 접수되자, 해상을 통한 마약 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와 이달 1일 오전 10시 30분께 제주항 4부두 맞은편 방파제 인근에서 마약류로 의심되는 물질이 잇따라 발견됐다.
해당 물체는 모두 비닐봉지에 담긴 상태였으며, 겉면에는 한자로 ‘차(茶)’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내부에는 사각 블록 형태의 백색 결정체가 밀봉돼 있었고, 각각의 무게는 1㎏에 달했다. 이는 1회 투약분(0.03g) 기준으로 3만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해경이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물질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약류 ‘케타민’으로 확인됐다. 케타민은 본래 전신마취제로 사용되지만, 오남용 시 환각과 호흡 억제, 경련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번에 발견된 포장 형태는 지난 9월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에서 발견된 케타민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동일한 유입 경로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비슷한 형태의 봉지는 제주 외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 임곡리 해변에서도 중국산 ‘차’ 봉지가 발견됐으며, 내부 포장과 형태가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류와 거의 같아 해류를 타고 함께 표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해경은 수거된 물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으며, 해운 항로를 통한 마약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도내 해상과 해안 수색을 강화하고, 해양 종사자와 주민들에게 의심 물체 발견 시 즉시 신고하도록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주시 애월읍과 서귀포시 성산읍 등 제주 전역 해안에서 중국 ‘차’ 봉지로 포장된 마약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해상을 통한 대규모 마약 유입이 이미 진행 중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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