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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수직의 배반자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운동하지만 동력은 회전체다

도르래가 쇠줄을 돌려 직선의 운동력을 만든다

미세한 힘들이 수직의 탄 듯 만 듯한 승차감을

탄생시킨다, 수직의 어머니는 곡선

맞물려 돌아가는 곡선의 아귀힘으로 수직이 산다

하여 방자해진 수직은 자주 모체를 은폐한다

편리함 아늑함 속도전 그 따위 밑에 숨어서

어떤 가증스런 수작이란 걸 숨기며 내달린다



이제 계단도 옵션인 양 걷는 시대

거기서부터 형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팽팽한 쇠줄들이 죽은 땅을 끌어올리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버릴 때가 있을 것이다

곡선이 죽으면 후레자식이었던 직선들이

따라 죽게 될 것이다

아마 땅을 칠 땅도 없을 것이다

-문동만

수직은 문명의 지표다. 멀리는 바벨탑이 가까이는 쌍둥이 빌딩이 눈앞에서 무너졌어도 인간의 수직 의지는 그칠 줄 모른다. 신이 언어를 갈라놓아도 만국 공통의 컴퓨터 언어로 뭉치고 있다. 문명은 땅을 불가촉으로 여긴다. 도시인은 하루 종일 걸어도 발꿈치에 흙이 묻지 않는다. 문명은 곡선을 싫어한다. 굽이치던 강물을 둑에 가두고, 돌아가라는 산의 가슴을 뚫고 지나간다. 곡선이 다채로운 몸의 경험을 품게 한다면, 직선은 장소와 경험을 멸종시킨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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