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와 번영을 기원하는 마을의 굿 ‘별신굿’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되살아난다. 오는 7일 개막하는 포항국제음악제에서 한국의 토속음악과 서양 클래식의 만남이 시도된다.
3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유신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포항만이 가지고 가질 수 있는 개성을 고민하다가 포항의 문화유산인 별신굿을 서양의 클래식 음악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올해로 5회를 맞는 포항국제음악제는 ‘인연’을 주제로 7일~13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대잠홀, 효자아트홀 등에서 열린다. 현악 4중주 등 실내악을 주축으로 시작된 이 음악제는 지난해부터 국제음악제로 외연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적인 현악사중주단 하겐 콰르텟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데니스 코츠킨·손민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슈파첵·김재영 등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에 선다.
1회 음악제부터 예술감독을 맡아온 첼리스트 박유신은 포항예술고등학교 출신으로, 경희대 음악대학 졸업 후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을 조직하던 그를 눈여겨본 포항문화재단이 음악제의 키를 맡겼다.
윤한결에게 위촉한 배경에 대해 박 감독은 “동서양의 음악을 모두 아는 작곡가를 찾기 어려운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작품을 초연한 경험도 있는 윤 지휘자에게 지난해 의뢰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윤한결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작곡 실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음악기획사에 추천한 바 있는 작곡가 출신 지휘자다. 그의 신작 ‘별신굿’에는 굿의 빠른 장단과 바다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평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서양 타악기가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윤 지휘자는 “전국을 뒤져서 악기를 모으고 있다”며 “저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신기한 악기들이 어떻게 소리의 조화를 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세계 정상급 성악가 테너 사뮤엘 윤과 소프라노 황수미의 듀엣 무대도 새로운 시도다. 두 사람은 오는 11일 효자아트홀에서 ‘웃음에서 광기로’라는 제목의 공연을 통해 헨리 퍼셀의 오페라 ‘아서 왕’ 중 ‘당신은 어떤 힘으로’, 슈베르트의 ‘물레방아 옆의 그레첸’ 등 성악곡을 음악극 형식으로 선보인다. 사뮤엘 윤은 “여러 오페라와 가곡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노래뿐 아니라 연기로도 감정을 표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겐 콰르텟은 8일 대잠홀에서 포항 관객들을 만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하겐 콰르텟은 40여 년 동안 유럽 주요 무대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활약해온 명문 앙상블로, 이번 공연에서는 쇼스타코비치와 슈베르트의 작품을 연주한다. 박 감독은 “제 또래 연주자들은 하겐 콰르텟을 보면서 음악을 공부했을 정도로 전설적인 악단”이라며 “그분들을 포항에 초청할 수 있게 된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올해 음악제는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공연장인 포항예술회관이 전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일반 강당에서 분산개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주최 측은 관람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박 감독은 “장소 문제로 올해 음악제를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공연장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마당에 아예 문턱을 낮추고자 무료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공연은 티켓 오픈 8분 만에 매진됐다.
박 감독은 “무료 공연이어서 매진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울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도 매진되기 어렵다”며 “애정과 관심이 이 정도라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관객들이 공연장에 오시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올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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