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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칼럼] 오래 사는 나라서 건강하게 사는 나라로

박현영 전 국립보건연구원장

노인 보건,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 필요

낙상위험 제거 등 자립 생활 환경 조성

'건강한 노화' 연구 지원 우선 고려해야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




1000만 노인 인구 시대가 됐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저출산과 맞물려 사회·경제 전반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노인 의료 수요 급증과 진료비 부담 확대는 의료 시스템에 압박이 되고 있다. 최근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절반에 가까운 50조 원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흐름을 꺾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수명은 꾸준히 늘어 오래 살게 됐지만 건강 수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같은 80세라도 누군가는 강단과 무대에서 활력을 보여주지만 다른 이는 요양 시설에서 여생을 보낸다. 이러한 대비는 숙명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 그리고 환경이 만든 결과다. 따라서 건강한 노년은 개인에게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설계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노인을 위한 치료·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정기 건강검진, 만성질환 관리, 커뮤니티 기반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치료에 치우쳐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예방적 측면은 부족하다. 여기서 말하는 예방은 위험 요인이 발생하기 전 사회와 생활환경 자체를 바꿔 위험의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근원적 예방으로 백신·검진 중심의 1차 예방보다 한 걸음 앞선다. 진정한 예방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건강한 노화를 위한 보건 정책은 노인 개인의 관리를 넘어서는 포괄적 전환이어야 한다. 모든 세대가 건강하게 나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예방적 건강관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백신 접종 등을 통해 감염병을 예방하고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생애 전 주기 동안 개인의 건강을 지속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가건강검진·예방접종 제도는 이런 정책의 핵심이다. 여기에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 등이 더해져 모든 연령대의 신체·정신적 웰빙을 증진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포용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통·주거·정보통신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은 노인 친화적으로 설계돼야 하며 미끄럼 방지 바닥재와 안전 손잡이 등의 설치를 통해 낙상 위험을 줄여야 한다. 또한 가정 내 장애물 제거와 특수 장치 및 보조 기구 제공은 노인의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렇게 노인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은 의료비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연구와 기술 개발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기술 발전은 예방 정책을 지원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와 예방이 가능해지고 노화 과정의 변화를 이해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건강한 노화 기술’ 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와 헬스케어 혁신을 통해 노인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기술 혁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정부는 ‘건강한 노화’에 대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보건·기술·사회과학 분야 연구자 간의 협력 체계를 조성해야 하며 혁신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연구 결과가 공공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지역 커뮤니티가 연구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이들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재정만이 아니라 관점의 대전환이다. 우리는 노년을 ‘돌봄의 대상’에서 ‘공공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건강한 노화는 한국의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다. 그러므로 이 전환은 누군가만을 위한 특별 대책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보편 정책이어야 한다. 예방 중심의 건강 정책으로 ‘오래 사는 대한민국’을 ‘함께 건강하게 사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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