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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의 세계화 길 [권대영의 한식 인문학]

권대영 한식인문학자(전 한국식품연구원장)





이번 APEC 경주대회의 또 다른 성과는 K-푸드를 세계 정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비록 단편적이고 지역적인 것이었지만 그 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K-팝, K-컬쳐와 함께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K-푸드와 한식(K-diet)와의 구분이 어렵다고 물어오는 데, 한식은 우리나라 조상 대대로 내려온 먹고 살아온 식과 습관을 대변하는 밥상을 말한다. 곧 밥상의 구조와 구성, 먹는 양식과 문화를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주로 밥, 국, 김치, 장 등 기본 반찬 위에 매끼마다 대표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밥상을 차렸다. K-푸드는 이러한 한식이 시장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음식을 말하며. 처음에는 주로 밥상구조의 대표 음식이 한그릇 음식(one-dish, one-bowl)형태로 골목이나 시장에 나왔다. 장터에서 시작하여 주막에서 K-푸드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요즈음에는 이러한 포멀한 대표음식을 넘어서 각 지역이나 우리 조상들이 각 가정의 간식으로 먹었던 음식이 길거리나 시장에 나와서 K-푸드로 많이 알려진 경우가 있다.

우리는 베트남전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낭을 중심으로 남베트남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북베트남, 특히 하이퐁만 근처에 엄청난 폭격을 퍼붓고도 미국이 승리하지 못하고 결국 철수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은 사람의 목숨을 잃는 것에 극히 조심하여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폭격만 하였기 때문이다. 보통 전쟁에서 최종 승리는 지상군이 투입되여 적의 심장부에 국기를 꽂는 것이다. 그것을 주저하고 폭격만 한다면 승리를 이를 수 없다. 문화전쟁도 마찬가지다. K-팝, K-드라마는 공중전의 전사이고, K-푸드는 지상군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K-팝, K-드라마로 전 세계를 공중에서 폭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승리로 완성하려면 K-푸드가 지상에서 차분하게 차근차근 점령해 나가야 한다. 지상군 없이 실체를 구상하기 어려운 공중전만 가지고는 세계화를 완성했다고 볼 수 없다. 과학적으로 시각이나 청각은 매우 민감하여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그만큼 쉽게 잊혀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 물질적인 미각이 따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받아들이는 데도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받아들이면 쉽게 사라지거나 잊지 못한다. 후생유전학적(epigenomics)으로 음식의 맛이나 습관은 유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이 더 폭발적이고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많이 온 것은 케데헌 안에 K-푸드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K-푸드의 세계화 절차는 세가지 단계를 걸쳐서 이루어 진다. 첫째 K-푸드를 알려야 한다. 두 번째로 K-푸드를 좋아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K-푸드를 이용하여 비즈니스가 뒤따라가야 한다. 이러한 목표 없는 K-푸드의 세계화는 생명력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럼 K-푸드의 무엇을 알릴 것이며 어떻게 알릴 것인가?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을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K-팝이나 K-드라마로 세계를 폭격하고 있으니 어떻게 알리는 기반은 충분하다. 지금과 같은 좋은 기회가 없으니 이번 기회를 꼭 살려야 한다. 먼저 K-푸드의 역사적 전통성, 독특성, 맛의 독특성, 건강성을 먼저 알려야 하고, 이들의 과학적 가치를 꾸준히 연구하여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세계화가 이루어진다.

두 번째로 K-푸드를 좋아하려면 이러한 기본적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K-푸드를 먹어볼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고 종국적으로는 한국으로 K-푸드를 먹어보기 위해 들어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맛이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고유한 맛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고유의 맛은 설탕과 기름을 쓰지 않고 내는 여러 가지 기본 맛인데 요즈음은 설탕을 쓰는 것이 우리 맛인 줄 잘 못 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설탕을 많이 쓰는 것이 우리의 맛인 것으로 외국인 오해하게 하면 안된다. 설탕으로 내는 맛이 우리 맛인 줄로 알면 K-푸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설탕의 단맛은 패권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의 고유의 맛을 없애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이점이 매우 우려된다. 여러 가지 맛을 내는 K-푸드가 많은데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무궁무진하다. K-푸드를 좋아하여 한국 땅을 찾고 한국에서 K-팝과 K-컬쳐를 즐기는 외국인이 많도록 해야 한다.

먼저 K-푸드를 알리고 K-푸드를 좋아하면 K-푸드 비즈니스가 성공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한식 레스토랑이 많이 생기고, 기업은 K-푸드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 세계 시장에서 K-푸드 상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많은 기업가들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일에 우선하여야 하는 데, 우선 돈을 벌 생각으로 생산부터 생각한다. 순서가 틀렸다. K-푸드는 가격전쟁을 위한 공중전을 할 것이 아니라 가치전쟁으로 대인전, 지상전을 수행해야 한다. 칼로 정복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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