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가운데 이른바 ‘관세 휴전’의 연장으로만 결과가 그쳤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근본적인 무역 전쟁은 해소하지 못한 채 내년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시간을 번 미봉책으로 끝났다는 분석이 우세하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4박 5일 간 아시아 순방 동안 한국·일본 등만 경제성도 없는 수천억 달러 규모 직접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적성국인 중국은 큰 손해를 입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애초 집권 1기 때처럼 중국을 관세 전쟁의 최종 표적으로 삼으려다가 예상치 못한 강력한 맞불 카드를 맞닥뜨리자 애꿎은 동맹국에만 덤터기를 씌우는 형국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라는 것이 동맹·우방·적국의 구분 없이 국력 순으로 압박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다수 주요 외신들은 양국이 서로간 힘의 균형을 확인한 만큼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까지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 글로벌 금융 시장의 최대 변수가 미중 관계임을 감안하면 그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중, 관세·희토류·대두 일시 양보…근본 합의는 못 맺어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에서 1시간 40분간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6년 만의 ‘세기의 담판’은 근본적인 갈등 요인은 해결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대체적으로 전술적 휴전, 확전 자제 수준에서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양국 정상회담은 전반적으로 긴장감은 있었어도 나쁘지는 않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시 주석을 가리켜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고 우리는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덕담했고, 시 주석도 “중국의 발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백악관이 1일 공개한 팩트시트(자료집)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회담으로 지난 9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관련 조치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미국의 최종 사용자와 그들의 전 세계 공급망을 위해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수출을 포괄적으로 허가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 포괄적 허가가 중국이 그간 단행한 수출 통제를 사실상 철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펙트시트는 또 중국이 합성 마약인 펜타닐의 제조에 사용되는 특정 화학 물질의 북미 선적을 막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은 지난 3월 4일 이후 미국을 상대로 발표한 모든 보복성 관세와 비관세 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수수·대두·돼지고기·소고기·수산물·과일·야채·유제품 등 농산물에 대한 관세, 미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 대상 지정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또 올해 남은 두 달간 최소 1200만 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앞으로 3년간 매년 최소 2500만 톤의 대두를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가 자국에서 생산한 칩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급망에 포함된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반덤핑 조사도 끝낸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절차를 연장하고, 관련 관세 면제도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따라 펜타닐 유입을 막는다는 조건 아래 중국에 부과한 관세 20% 가운데 10%포인트를 오는 10일부터 인하하기로 했다. 또 그간 고위급 협상을 통해 서로 낮춘 관세율 24%를 내년 11월 10일까지 1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에 부과한 관세 가운데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기간도 오는 29일에서 내년 11월 10일까지로 연장한다.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기업의 자회사를 겨냥한 제재도 10일부터 1년간 중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대(對)중국 추가 관세 100%도 당연히 없던 일이 됐다.
트럼프, 내년 4월 방중…“펜타닐 관세 아예 없앨 수도”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주요 외신들의 평가는 대부분 박했다. 기대했던 ‘빅딜’은 이뤄지지 않았고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았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자신이 중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식으로 여러 번 큰소리를 쳤기에 실망은 더 컸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기술·국방·인권·경제 등 근본적인 갈등 요소로 인해 양국 관계는 여전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서 한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은 중국의 조선·해운 분야 보복 철회였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국은 해상·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보복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그간 여러 해운 기업에 부과한 제재도 거두기로 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14일 한화(000880)필리조선소, 한화쉬핑, 한화오션(042660)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회사 목록에 올린 바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도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라 중국의 해상·물류·조선 산업을 제재하려던 조치를 오는 10일부터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중단할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미국이 조선업의 재건을 위해 한국, 일본과 역사적인 협력을 계속하는 동안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과 협상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이번 회담 결과에서 관심이 집중된 또 다른 부분은 다음 정상회담 일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신이 내년 4월 먼저 중국을 방문하면 이후 시 주석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답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회담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들에게 “중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할 것”이라며 “이번 만남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12점”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외신들의 예상대로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중국을 향한 미국의 오락가락하는 무역 메시지는 계속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플로리다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중국 정부의 펜타닐 단속을 보는 대로 나머지 관세 10%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한 데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아예 철폐할 수 있다는 뜻까지 시사한 것이다.
반대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레버리지(협상 지렛대)는 12∼24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은 모든 국가에 위험을 알렸고 정말 실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인수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승인과 관련한 모든 것이 해결됐으며 곧 거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달러 부자’ 중국은 현금 투자도 없이 관세 10%P 낮춰…韓·日·EU·加·印 등 우방만 뭇매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상대로 큰 손해를 보지 않고 상당한 실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치명적인 양보도 하지 않은 채 관세율을 기존 57%에서 47%로 10%포인트나 낮췄다. 한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처럼 3500억 달러(약 501조 원), 5500억 달러(약 787조 원), 6000억 달러(약 858조 원)에 달하는 무리한 추가 대미 투자나 미국산 제품 대규모 수입 같은 약속도 하지도 않았다. 중국은 외환보유액만 3조 3400억 달러(약 4780조 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최대 달러 보유국이다. 중국은 협상 과정에서 외환시장 혼란, 국방비 증액 같은 부담을 걱정하지도 않았다. 한국과 일본, EU가 국운을 걸 정도로 큰 금액을 걸고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10%포인트 낮추는 사이 중국은 펜타닐 원료 반출 단속 정도로 이를 얻어냈다. 희토류 재수출, 미국산 대두 재수입, 입항 수수료 부과 철회 따위도 중국 입장에서는 관세 전쟁 전부터 이미 하던 것을 재개하는 조치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펜타닐 단속을 제대로 이행하면 관세율을 10%포인트 더 낮춰 주겠다는 공언까지 했다.
중국은 관세율을 50% 아래로만 낮춰도 50%를 부과받는 인도, 브라질보다 미국 시장에서 앞서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한다는 이유만으로 50%의 초고율 관세를 얻어맞았다.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전까지만 해도 국경 충돌에 따라 중국과는 적대, 미국과는 우호 관계에 있던 나라다. 브라질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을 ‘마녀 사냥’ 식으로 쿠데타 혐의 재판에 넘겼다는 이유로 50%의 관세를 부여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인 농부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토지 개혁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3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들은 중국과 함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로는 묶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응력에서는 중국과 큰 차이를 보이는 국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아예 관세 부과 대상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 대해서도 지난달 23일 무역 협상을 중단하고, 25일 10% 추가 관세를 매겼다. 온타리오주에서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한 광고를 내보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캐나다에 대한 관세율이 현재 3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그 수준이 거의 중국(47%)과 비슷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가 27일부터 해당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까지 사과하고 나선 상황에서도 31일 “무역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굴욕적이게도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더 낮출 수 있다고 밝힌 자리에서 함께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늘 비판적인 CNN은 1일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관세 전략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 몰아넣는다”며 “미국은 겉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문제에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고, 이는 어떤 결정이나 정책·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지 아무도 알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시진핑은 돌연 ‘자유무역 수호자’ 자처…캐나다와도 8년만에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앞뒤로 요란한 행보를 보인 사이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도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제3국에서의 만남인데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30분이나 늦었다.
베선트 장관은 31일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때 ‘내가 내년 초에 방문하는 것을 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자 시 주석이 ‘1·2월은 너무 추우니 4월로 미루자’고 답했다”고 전했다.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1일 X(옛 트위터)에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둥쥔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회담했다며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 대 군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동맹·우방국 지도자들과 달리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전에서 조롱·면박·무시·압박을 당했다거나 아첨을 떨었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31일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보편적 특혜를 주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고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자”고 주창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이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으로 한층 더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핼러윈 행사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전날 이미 미국으로 떠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빈 자리는 베선트 장관이 채웠다. AP통신은 30일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평판을 훼손했다”며 “시 주석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1일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인공지능(AI)·바이오제약·녹색산업 등에 대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을 앞세우고 녹색산업은 혐오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제안을 내놓은 셈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화 교류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도 한중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졌다고 알렸다.
시 주석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박에 시달리는 캐나다의 카니 총리와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 회복을 약속했고, 카니 총리도 즉석에서 방중 초청을 수락했다. 중국과 캐나다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 시절인 201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전까지는 맞불 관세 등으로 사이가 아주 나쁜 관계에 있었다.
習, 1차 무역전쟁 패배 뒤 ‘와신상담’…‘트럼프 학습 효과’ 따라 각국 미래 갈릴 수도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서 모종의 이익이라도 얻은 나라는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단순히 중국이 미국의 뒤를 잇는 제2 경제 대국이라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때 이미 뼈 아픈 경험을 한 뒤 와신상담(臥薪嘗膽)한 결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집권 때도 미국인들의 반중(反中) 정서를 이용해 취임 초부터 중국 죽이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며 시 주석을 구석으로 몰아 넣었다. 중국은 당시만 해도 무역 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섰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최강국 미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몽둥이를 들자 세계 각국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나 인도로 앞다퉈 옮기기 시작했다. 직전까지 개발도상국으로서 수십년 간 고도성장을 달리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대까지 고꾸라졌다. 경제 규모는 물론 각종 기술력, 외교력에서도 미국과의 격차가 컸다.
결국 백기를 든 쪽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수개월 간의 협상을 거쳐 2019년 12월 다소 치욕스러운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중국은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업, 금융 서비스, 통화·환율 등의 분야에서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년 간 미국산 상품·서비스의 연간 수입액을 2017년보다 2000억 달러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굴기는 여기서 멈추는 줄 알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 공백 동안 중국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방식은 여전히 유사했지만, 중국의 대응력은 월등히 향상됐다. 중국은 희토류, 대두 등 미국이 아파할 부분을 정확히 파악했고,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무기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관세 전쟁 과정에서 한국, 일본, 유럽, 캐나다, 대만 등과 같은 전통 동맹·우방은 외려 화풀이 대상이 됐다. CNN은 1일 “미국을 상대하는 협상국들은 무역 협상에 임할 때 기본 거래안 외에도 대통령이 더 많은 것을 원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대비해야 하는 곤궁한 상황에 빠졌다”며 “미국 대통령의 불쾌함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과 중국이 빠른 시일 안에 완전한 무역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하고 있다. 미국 쪽에 힘의 균형추가 확 쏠렸던 6~7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진 까닭이다. 이는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 자립에, 중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자립에 각각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약속한 내년 4월이 가까워 올수록 두 나라 간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의 사례를 고려할 때 앞으로 각국은 각자의 무역 필살기 개발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한 제2, 제3의 관세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기를 통해 자국의 무역 장·단점을 제대로 학습한 나라와 아닌 국가 간에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전용기에서 취재진들에게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우리가 어떻게 대접받는지 봤을 것”이라고 잘난 척 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경북 경주 국립박물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과 ‘천마총 금관 모형’ 등을 선물로 준 사실을 상기한 발언이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30일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전했다. 20세기 냉전 시대에 설정됐던 전통적 우호·적대 관계가 국력에 따라 다시 나뉠 수도 있는 시기가 된 셈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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