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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AI 전환 시대, 통신산업의 길

■남규택 제너스에어 부회장

보안 중심 경영·AI 개발 대중화로

혁신 가속화하는 조력자로 나서야

실시간 번역 등 생활밀착 서비스도

남규택 제너스에어 부회장




우리 통신 산업은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1세대 아날로그 이동전화에서 5세대(5G) 초연결까지, 반세기 동안 속도와 연결성으로 성장해온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정체성의 근본적 재정의이며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이 대두된다. 통신사는 과연 무엇을 파는 기업이 돼야 하는가. 더 빠른 데이터인가, 더 똑똑한 AI 서비스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인가.

해외 주요 통신사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 답의 윤곽이 드러난다. 미국 버라이즌은 자사 네트워크를 AI 컴퓨팅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켜 중소기업들이 고가의 AI 인프라 없이도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했다. 독일 도이체텔레콤은 저가형 스마트폰에 첨단 AI를 접목시켜 ‘기술 민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일본 NTT는 인터넷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는 광기술 기반 차세대 네트워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단순히 AI 기술을 얹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무대로 재탄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통신사들도 이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성공적인 AI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 길목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한국의 통신사가 AI 전환의 새 시대를 선도하려면 세 가지 과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보안 중심 경영으로 소비자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 최근 고객 정보 유출과 무단 소액 결제 같은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AI 시대에는 통신사가 다루는 데이터 규모와 민감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데이터 보안을 최우선 기업 가치로 끌어올리고 기업 문화와 경영 철학의 DNA로 새겨넣어야 한다.

또 ‘AI 개발 대중화’를 이끄는 혁신 생태계의 선도자여야 한다. 5G 네트워크와 AI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엮은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버라이즌이 네트워크에 아마존의 베드록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연결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AI 개발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통신사는 AI 모델의 중개자가 아닌 전 국민적 AI 혁신을 가속화하는 ‘인에이블러(enabler·조력자)’가 돼야 한다.

아울러 포용적이고 실용적인 AI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차단, 맞춤형 디지털 도우미, 실시간 번역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야말로 진정한 혁신의 결실이다. 특히 디지털 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서비스는 통신사가 공공 인프라 기업으로서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동시에 통신의 본질은 연결인 만큼 오픈소스 공유, 스타트업과의 상생,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 생태계의 확장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통신사가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것은 단순한 ‘연결’이 아니다. 신뢰와 안전, 경험과 가치다. 더 빠른 속도를 넘어 더 깊은 신뢰와 더 풍부한 경험을 설계하는 것, 물리적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경험’이라는 무형자산을 창조하고 기술과 윤리가 조화를 이루며 사회 전체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통신사가 걸어가야 할 미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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