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깊이 자지 못하거나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향후 10년 안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혈압이나 흡연 등을 동반할 경우 치매 위험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의료전문매체 '메디페이지 투데이'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휴 마커스 박사 연구팀은 4만 명이 넘는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림프계에서 뇌척수액(CSF)의 움직임 장애 여부로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 뇌 관련 질환의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한 4만4384명의 데이터로 5.3년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33건(0.3%)의 치매 사례가 확인됐다.
연구 결과,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뇌 청소기' 역할을 하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의 기능이 떨어진 사람일수록 향후 10년 안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뇌 내 교세포(glial cell)와 림프계(lymphatic system)의 합성어로, 뇌척수액이 혈관 주변 경로를 따라 뇌실질(신경세포 간 공간)로 이동하면서 대사 노폐물인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과 독소를 씻어내는 과정을 담당한다.
뇌척수액이 노폐물을 씻어내 림프계를 따라 정맥으로 이동하고, 궁극적으로 혈액을 통해 뇌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은 수면 중에 특히 활발하게 작동한다. 수면 부족이나 수면 장애가 있을 경우 뇌 노폐물 제거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글림프 시스템 기능이 저하되면 독성 단백질이 축적돼 치매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마커스 박사 연구팀은 특히 고혈압, 흡연, 수면 장애 등 림프 기능을 손상시키는 사람일수록 뇌혈관 질환을 유발, 글림프 시스템 기능을 떨어뜨려 치매 위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연구를 통해 밝혔다. 공동 저자인 중국 항저우 후이 홍 박사는 "우리는 이미 뇌의 작은 혈관 질환이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을 가속화한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고,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글림프 시스템이 손상되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뇌에서 제거하는 능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만 표본 크기가 너무 적아서 심혈관 위험 요인이 얼마나 잘 조절되었는지, 그것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연구 한계를 밝혀두기도 했다. 마커스 박사는 "고혈압을 치료하거나 사람들에게 금연을 권장해 글림프계가 더 잘 작동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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