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후속 조치를 두고 기싸움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부터 서두르며 국민의힘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협상의 세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공세를 펴는 동시에 국회의 비준 절차를 요구하고 나섰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국회 비준과 법안 제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입법적 뒷받침을 검토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현재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문서로 정리하는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회가 협력해야 할 사항에 관한 목록이 나오면 당정대가 조율하고 야당과도 머리를 맞대 신속하게 협상 결과가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비준 논의에 앞서 대미 투자 집행 속도와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협상의 집행 근거를 마련하는 특별법 마련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곧 대미투자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 펀드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실질적 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한국 정부가 연 최대 20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정부는 해당 비용을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인데 특별법은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대미 투자 기금으로 옮겨오는 방식 등을 담을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해당 법안과 관련해 “입법과 집행을 동시에 추진해 협상의 성과를 빠르게 제도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에는 “국익 앞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법안 처리 협조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세 협상 발표문에 △투자 프로젝트의 선정 기준 △투자금 회수 구조 △수익 배분 방식 등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관세의 명확한 인하 시점과 소급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올해 8월에도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의 잘된 협상’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실패한 협상이었다”며 “국민은 이번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미 양국의 발표 내용이 엇갈린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불과 하루 만에 양국의 발표가 또 엇갈리고 있다”며 “보여주기에 급급한 외교는 결국 신뢰를 잃고 국익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은 시장을 100%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시장 100% 개방’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검역 절차에서 양국 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대목이 우려스럽다”며 “검역 절차를 둘러싼 한미 간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는 우리 농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정부에 협상문 전면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정책위의장은 “불리한 조건을 감춘 채 성과 홍보에 몰두한다면 환율·금리·투자 모두 흔들리는 복합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에게 유리한 부분만 내세우고 불리한 부분은 감추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재명 정권은 지금이라도 합의문을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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