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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삶은 내게 의미가 없소"…함께 존엄사 택한 90대 부부의 마지막 일주일

해당 기사와 무관. 클립아트코리아




말기 심장질환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90대 여성이 존엄사를 선택하자, 남편이 "혼자 남겨질 바엔 함께 가겠다"며 동반 존엄사를 신청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이들 부부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손을 꼭 잡은 채 약물을 복용하고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최근 영국 미러와 피플지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주 포트 럿로우에 살던 에바(92)와 드루스(95) 부부는 2021년 8월 딸의 입회 하에 조력 존엄사를 택했다. 주법에 따라 의사 처방 약물을 스스로 복용하는 방식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에바는 2018년 심장판막 질환 진단 후 수술을 포기했다. "성공 가능성도 낮은데 고통스럽게 버티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후 낙상 사고로 급속히 쇠약해지자 존엄사 신청을 결심했다. 문제는 남편이었다. 과거 뇌졸중을 겪긴 했으나 건강 상태는 괜찮았던 드루스는 아내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 며칠간 고민하던 그는 "아내가 떠난 뒤 홀로 사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 의료진은 그의 재발작 위험성을 감안해 신청을 승인했다.

마지막 일주일은 가족끼리 보냈다. 좋아하던 음식을 해먹고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부부는 "자식들 생일이나 기념일은 피하자"며 8월 13일 금요일을 최종일로 정했다.



당일 아침, 상담사 입회 하에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놓고 처방약을 마신 뒤 와인으로 건배했다. 약 10분 뒤 잠들었고 1시간도 안 돼 호흡이 멈췄다.

딸 코린은 "어머니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고, 아버지는 홀로 남는 게 두려웠다"며 "결국 두 분은 사랑으로 두려움을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연을 공개하며 "죽음도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게 더 잔인하다. 때가 됐다면 존엄하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워싱턴 등 11개 지역에서 의료 존엄사를 허용한다. 본인 의사와 의학적 판단이 전제 조건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연명치료 중단은 가능하지만 약물 투여 방식의 조력 존엄사는 불법이다. 다만 여론은 우호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올해 2월)에서 응답자 82%가 합법화에 찬성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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