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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수상' 김아나 작가…“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과 소통하려고 썼다”

소설 '4인칭의 아이들'…상금 7000만원

개인적 상처와 악몽에서 출발한 서사

고립된 섬에서 착취 당한 아이들 그려

‘4인칭’ 시점으로 집단적 고통 기록

“자유로운 여성들 이야기로 이어갈 것”





“개인적인 아픔을 겪은 후 악몽을 반복해서 꿨습니다. 저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찾아서 소통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의 김아나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좋지 않은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어린 시절부터 같은 악몽을 반복해서 꾸었다”며 “많은 여성들이 저와 비슷한 일을 겪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4인칭의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의 섬’이라 불리는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착취와 폭력을 고발하는 이야기로, 고립된 공간 속에서 서로의 기억이 연결된 아이들이 연대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나’와 ‘너’, ‘그/그녀’를 넘어서는 새로운 서술 시점 ‘4인칭’을 제시하며 집단적 고통의 기록 방식을 실험한다.

김아나 작가는 “초고에는 4인칭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퇴고 과정에서 동료 작가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4인칭’ 개념을 알려줘 적용해 봤다”고 소개했다. “제가 생각하는 4인칭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그 경험에 대해 소통하는 집단입니다. 자유롭게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유동적인 여러 사람의 모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속 아이들은 치유를 위해 함께 모였다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데, 그 과정이 4인칭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김아나 작가는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꿈과 텔레파시, 샤머니즘적 장치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는 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많다”며 “샤머니즘과 꿈, 텔레파시 같은 요소가 이성과 합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일정 부분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무당들에게 관심이 많았다”며 “그들의 퍼포먼스가 예술적 영역에 속한다고 여겨 소설 속에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단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쓴 절박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며 “3인칭에서 3.5인칭, 종내에는 4인칭으로 나아가는 독보적인 서술 방식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장 은희경 소설가는 “고통을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질문으로 생성하는 패기가 있다”고 평가했다.

혼불문학상은 고(故)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이 그려낸 인간불멸의 정신을 기리고자 2011년 제정된 문학상이다. 총상금은 7000만 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는 총 332편이 응모됐으며, 은희경·전성태·이기호·편혜영·백가흠·최진영·박준 등 7명의 작가가 심사에 참여했다.

김아나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자유로운 여성들에 대해 쓰고 싶다”며 “말이 많고, 여행을 많이 하고, 크게 노래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새로운 장편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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