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29일 경북 구(舊) 경주역사 앞 잔디광장에서 민주노총 주도의 대규모 반미(反美) 집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도심 곳곳에서 보수 단체들의 친미·반중 시위까지 이어지면서 정상회담장이 위치한 경주 시내가 둘로 갈라졌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점으로 민주노총 산하 단체와 연대 세력 등 신고 인원 기준 약 3000명이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은 “날강도 미국의 식민지는 될 수 없다” “경제 약탈 막아내자” 같은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따리를 든 도둑 형태로 희화화한 인형탈을 앞세우기도 했다. 현장에선 반미 성향의 음악도 잇따라 흘러나왔다.
연사들의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빼앗겠다는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내며 이 땅을 밟았다”며 “이재명 정부가 그에게 훈장을 수여하려는 행태는 날강도에게 상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반(反)트럼프’ 집회 참가자 70여 명이 경찰 통제선을 뚫고 한미정상회담장 인근까지 돌진한 사건에 대해서는 옹호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영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우리 조합원과 시민 100여 명이 진격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경찰이 강제 해산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며 “트럼프가 망쳐놓은 세상에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 오늘 우리의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들은 대릉원과 황리단길 등 대표적인 관광지가 자리잡은 경주 시내에서 친미·반중 성향 집회를 벌였다. 자유대학은 집회와 행진을 병행하며 “전세계 ‘일짱’ 트럼프가 한국에 왔다. 한미일 동맹도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서울 명동에서 반중 시위를 주도해왔다. 이들은 이날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보이콧 차이나” “윤어게인” 같은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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