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7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어린 세 딸을 키우며 살아온 A씨는 지난 2021년 전 재산에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새집에서 단란한 생활을 꿈꾸던 그는 전세사기에 연루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경매로 넘어갔다. A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원에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되고, 실직까지 해 극도의 생활고에 시달렸다. 살고 있던 집의 월세가 계속 밀려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압박을 받자 그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차마 어린 딸들을 두고 세상을 등질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는 지난 6월 수원시청을 찾았다. 시장을 만나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무작정 시장실을 향해 돌진했지만 이내 청원경찰관의 제지를 받았다.
청원경찰관은 A씨를 두고볼 수 없어 수원시 새빛민원실로 안내했다. 새빛민원실은 건축·사회복지·토목·행정·환경 등 5개 직렬, 경력 20년 이상의 팀장급 공무원으로 구성된 ‘베테랑 공무원’으로 꾸려지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A씨는 시민청 홍승화 민원협력관과 베테랑팀장들을 만나 “너무 힘들다. 제발 도와 달라”고 하소연했다.
홍 민원협력관은 곧바로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담당자와 협의해 A씨가 LH 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왔다.
전세임대주택 보증금 중 본인부담금은 260만 원에 불과하지만 A씨에게는 그 돈조차 큰 부담이었다. 구원서·김남희 베테랑팀장은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의 위기가구 지원금 사업을 알아봤고, 세류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본인부담금을 지원했다.
A씨와 세 딸은 지난 9월 말 새로운 집에 입주했다. 좁은 방 2층 침대에서 생활하던 딸들은 한결 넓고, 쾌적한 집에서 살게 됐다. A씨는 몇 년 만에 희망을 되찾았다. 늘 어두웠던 표정도 밝아졌다.
수원시는 지난 22일 새빛민원실에서 A씨에게 휴지, 물티슈, 주방세제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한 독지가가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전달해달라”며 기탁한 후원 물품이었다. 수원시는 세류2동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해 A씨 가정에 필요한 것을 지속해서 파악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임정완 수원시 시민협력교육국장은 “새빛민원실이 너무나 힘들게 살았던 한 가정에 희망을 선물해 기쁘다”며 “A씨와 세 딸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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