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에는 코스피지수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바다 건너 외풍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한국보다 훨씬 낮기에 외부 변수에 따른 장중 변동성도 그만큼 크지 않다. 또 기축통화국이라 한국처럼 환율 등락에 증시가 출렁일 일도 없다. 밤 사이 다른 나라 소식이나 증시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최대 ‘큰손’도 한국 증시처럼 외국인투자가가 아니라 자국 백만장자들이다. 그런 뉴욕 증시도 이번주에는 흐름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10월 27~31일 예정된 증시 대형 이벤트가 미국 안팎으로 너무 많은 까닭이다. 우선 29일(한국 시간 30일 오전 3시) 추가 금리 인하가 유력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구글·애플·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잇딴 3분기 실적 발표가 이번주 증시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28일 미일, 29일 한미, 30일 미중 간 정상회담 결과도 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 상호관세 부과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장기 출타를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 어떤 경제·안보 합의를 끌어내느냐에 따라서 시장은 장중 요동을 칠 수 있다. 특히 부산에서 열리는 미중정상회담은 올 한 해 있었던 전 세계 모든 무역·안보 사건 가운데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관세·희토류·대두 등 양국 간 기존 쟁점은 물론, 회담 결과에 따라 TSMC를 품은 대만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회동’을 가질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비운 사이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흐름,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상황 등이 달라질지 여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29일 추가 금리 인하 주목…파월, 양적완화 전환 못 박나
이번주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증시 이벤트 가운데 하나는 28~29일 연준의 FOMC 회의다. 금융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현 4.00~4.25%에서 0.25%포인트 더 내릴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2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98.3%로 반영했다. 연준이 현 4.00~4.25% 금리를 그대로 동결할 가능성은 1.7%에 그쳤다.
월가가 이달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연준이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보다 고용 시장 안정에 당장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실제 연준은 지난 15일 발간한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고용 수준은 최근 몇 주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면서도 “노동 수요는 여전히 억제된 상황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보고서다. 통상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16~17일 FOMC 회의에서도 고용 시장 악화 문제를 거론하며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로는 첫 금리 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후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이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점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노동부는 이달 24일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2.9%)보다는 살짝 높은 수치이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0.4%)보다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올라 8월(3.1%)보다도 상승률이 둔화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이 소식에 같은 날 뉴욕 3대 증시는 모조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CPI는 당초 이달 15일 발표 예정이었다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로 9일 뒤 발표됐다. CPI와 함께 노동통계국(BLS)이 산출하는 핵심 통계인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이달 3일 공개 예정이었다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지역 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잇따르는 점도 조기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영란은행(BOE) 총재는 21일 영국 상원에 출석해 미국의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와 트라이컬러의 파산 사례를 거론하며 이 같은 흐름이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AI 거품론 가늠자’ M7 중 5곳 실적 발표…소비지표는 셧다운으로 안 나올 가능성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월가는 외려 29일 통화정책 발표 이후 30분 뒤쯤 시작하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관심의 초점을 더 두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이미 이달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연례회의 공개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지난 2022년 6월 시작한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을 몇 달 안에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셧다운으로 경기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양적완화로 전환할 구체적 시점을 거론하거나 그 속도에 대한 언급을 할 경우 이는 증시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연준이 양적긴축을 완전히 종료한다면 시중 유동성이 늘면서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7)’으로 불리는 주요 빅테크 7곳 가운데 5곳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부분도 주목할 사안이다. 이번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구글·메타 등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제외한 M7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을 공개한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가 증시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산업 내 대표 기업이라는 점에서 실적 결과에 따라 투자 거품론을 둘러싼 논란이 한 차례 더 부각할 수도 있다. 세부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이 29일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일은 30일이다.
이번주 주요 경제 지표로는 30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 31일 9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이달 1일부터 이어지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이들 지표는 발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4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덕분에 9월 인플레이션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민주당이 셧다운을 고수할 경우 10월 인플레이션 보고서 발표는 없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과 시장, 가정, 연준을 혼란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셧다운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28일엔 미일, 29일엔 한미 관세 회담…“뉴클리어 파워” 김정은 ‘깜짝 회동’ 가능성도
그나마 금리 결정과 실적 발표는 미국 내부에 예정된 일정이라 시장이 예측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주 뉴욕 증시가 가장 긴장하고 바라보는 최대 외부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다.
이달 23일 레빗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4박 5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순으로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 워싱턴DC를 출발해 26일 오전 이미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후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 실무 만찬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튿날인 27일 일본으로 가 2박 3일을 머문다. 28일에는 다카이치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관세와 방위비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도·AFP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첫 전화 통화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미일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경북 경주로 건너가 이재명 대통령과 두 달 만에 양자 회담을 갖는다. 뉴욕 증시에는 영향이 적지만, 한국에는 국운이 걸린 만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24일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한국이 수용할 의사가 있는 대로 (타결) 하고 싶다”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전화 언론 브리핑 발언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말 큰 틀의 무역 합의를 맺고도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현금 비중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안보 분야에서는 대체로 문서 작업도 돼 있고 관세 분야는 완결될지 잘 모르겠으나 노력 중”이라며 “경제적 합리성과 국익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협상이라는 이 대통령의 강한 훈령에 따라 마지막 조정을 위해 협상팀이 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북한을 거론하며 “일종의 핵보유국(뉴클리어 파워)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논의 대상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김정은에게 사실상 유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김정은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고 나는 열려 있다”며 “그도 내가 (한국에) 간다는 걸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최고 대미 협상 전문가인 최선희 외무상이 이 기간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순방하기로 하면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
30일 미중회담이 하이라이트…트럼프, 대만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로
뭐니 뭐니 해도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미중정상회담은 이번주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회담 전부터 낙관론을 펼치고 있어 양국의 이견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미중 무역 협상을 전망하며 “그들(중국)은 양보해야 하고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관세를 인하하기 원하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특정한 것들을 원한다”며 “논의할 것이 매우 많고 좋은 회담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다음달 1일로 예고한 대중 100%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르겠고 중요하지 않다”며 “그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그걸 보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대만 이슈도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그 직전 “미국은 (대만 등) 무역 외 다른 의제를 논의할 의사가 없다”던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전화 언론 브리핑 내용을 곧바로 뒤집는 발언이었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공식 선언을 하도록 압력을 가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대만에 대한 미국 정책 변경 가능성에는 “지금은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면 이는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다. 현재 두 나라는 대중 관세 추가 부과, 중국산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입항 수수료 부과 등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상태다. 미중 고위급 인사들은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인 제5차 무역 협상도 가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6일 2일차 협상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농산물 구매, 틱톡, 펜타닐, 무역, 희토류 등 전반적인 양자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며 “매우 긍정적인 틀 안에서 정상회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자신했다.
요컨대 이번주에는 주요국 무역 협상, 금리, AI 실적 등이 일주일 내내 쏟아지며 뉴욕 증시의 장중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작은 변수도 주가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완전한 안정 상태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운 가자지구 휴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불발로 불확실성이 커진 우크라이나 전황,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35일 기록을 경신할 기세인 셧다운 대치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주가, 유가 등에 불안 요소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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