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이정환(34·우리금융그룹)이 안방에서 K골프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경기 중에는 몰아쳐서 스코어를 내야 할 때가 있지만 잔잔한 내 성격 탓에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할 때가 많아 아쉽다”던 그다. 하지만 DP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한 ‘빅 게임’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그는 마지막 날 5연속 버디 등 버디 8개를 맹폭했다. 쌍둥이 아빠인 이정환은 유럽행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이정환은 26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4타를 쳤다.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 8언더파 2위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로리 캔터(잉글랜드)를 3타 차로 넉넉히 따돌렸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상금 68만 달러(약 10억 원)와 함께 KPGA 투어, DP월드 투어 2년 시드, 그리고 제네시스 차량 GV80을 받았다.
2010년 K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환은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188㎝의 큰 키를 앞세워 드라이버 샷 평균 300야드를 때리고 아이언을 특히 잘 다뤄 별명이 ‘아이언맨’이다. 해외에 나가도 통할 재목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2020년까지 군 복무 후 2021년 투어에 복귀한 뒤에는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이정환은 지난해 4월 쌍둥이 남매의 아빠가 된 뒤 훈련에 더욱 몰두했다. ‘내가 골프를 잘해야 이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서다. 올해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6월 군산CC 오픈에서 준우승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오랜 시간 이어진 우승 갈증을 씻어냈다. 2018년 골프존 DYB교육 투어챔피언십 이후 7년 만의 통산 3승째. 7년 동안 준우승만 6차례 기록했던 그다.
선두 엘비라와 4타 차로 출발한 이정환은 2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3~7번 홀 5연속 버디를 터뜨려 단숨에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7번 홀(파3)에서 약 10m 버디 퍼트를 넣었다. 10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인 그는 14번 홀(파4)에서 ‘별명값’을 했다. 두 번째 샷을 핀 약 3.5m에 떨어뜨린 뒤 버디를 낚은 것. 반면 뒤에서 경기하던 엘비라는 1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고 이 보기로 이정환이 단독 선두가 됐다. 이정환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반면 엘비라는 17·18번 홀 2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경기 후 이정환은 “군 제대 후 우승을 눈앞에서 번번이 놓쳤는데 큰 대회에서 이렇게 우승했으니 선물 같은 하루가 됐다”고 말했다.
최승빈과 송민혁은 공동 7위(6언더파)로 톱10에 들어 KPGA 투어 소속 선수 중 이정환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승빈은 제네시스 포인트에서 송민혁보다 앞서 내년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 공동 주관의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을 얻었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시우는 공동 21위(4언더파), 임성재는 공동 42위(1언더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KPGA 투어 선수는 36명이다. 지난해까지 KPGA 투어에 배정된 인원은 30명이었으나 올해 6명이 늘었다. 협회는 내년 대회에 더 많은 KPGA 투어 소속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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