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中희토류 통제, 韓이 더 급한데 대책 있나[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美, 호주·日·亞와 희토류 동맹

EU도 '무역 바주카포' 검토

韓, 대중 압박카드 없어

中, 언제든 韓 길들이기 우려

장기전 대비 체계적 대책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달 9일(현지 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정책을 발표하자 미국 워싱턴 DC는 발칵 뒤집혔다. 중국이 자국산 희토류를 극소량이라도 쓴 제품은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게 하겠다고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날 선 반응을 내놓았다. 동맹국에 투자를 종용하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전 세계가 공동으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동맹에 손을 내밀었다.

다급해진 미국 정부는 분주히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호주·일본과 함께 ‘희토류 동맹’까지 맺었다. 6개월간 미국과 호주가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를 투자해 530억 달러(약 76조 3000억 원)어치 핵심 광물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부 프로젝트에는 일본도 참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아시아 순방 길에서도 핵심 광물과 관련한 여러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5일 “중국 희토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주요 7개국(G7)과 조율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중국에 대해 발동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는 ‘금지’가 아니라며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달래고 나섰다. 하지만 상대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희토류 수출을 조이는 방식으로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 산업의 핵심 원료로 주목 받는 ‘희토류’를 둘러싸고 전 세계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좀처럼 존재감이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보다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단적으로 미국은 관세, 항공기 부품, 소프트웨어(SW) 수출통제 등 중국에 대응할 무기가 여럿이지만 한국은 반격 카드가 거의 없다. 중국은 경제·산업·안보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쪽으로 한국이 미국과 가까워질 경우 희토류 통제는 물론 각종 제재 카드를 꺼내들 것이 분명하다. 이미 중국은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를 발표하며 한국의 미국 조선업 협조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린 상황이다. 특히 희토류의 경우 방산 부품에 필수적인 만큼 수출통제가 현실화하면 국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석학들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기류가 단기간 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이 ‘중동에 원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한 후 수십 년간 구축해온 희토류 패권을 미국 등 각국이 단기간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중국은 정제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의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담당하고 있으며 희토류 정제 관련 전문가 역시 수천 명에 달한다. 미국·일본·유럽을 합쳐서 수십 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하면 절대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에서 광업 및 광물공학 학위를 받은 사람이 327명(2020년 기준)에 그친 반면 중국에서는 광업 부문 최고 대학 한 곳에서만 한 해에 1000명의 학부생과 500명의 대학원생이 졸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아 일본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던 것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고 이를 계기로 대응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희토류의 80~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늦었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