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꼭 들어오는 지금과 같은 종이책을 만든 르네상스 시기 출판인 알도 마누치오(1449~1515)의 작품과 세계관을 다룬 전시가 국내에서 처음 열린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이탈리아 출판인 알도 마누치오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특별전 ‘천천히 서둘러라: 알도 마누치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출판인’을 28일부터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박물관은 인천 송도에 위치해 있다.
마누치오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출판인이자 인문주의자로 평가되는데 그동안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의 구텐베르크(1398~1468)가 인쇄 기술을 발명했다면 마누치오는 책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베네치아에 ‘알디네 인쇄소’를 세우고 고전 문헌과 당대 흥행물들을 선보이며 근대 출판의 기틀을 마련했다.
평생 출판한 작품은 총 130여 종으로 추산되는데 각 1000부씩 인쇄했다고 가정하면 10여 만 권을 찍어낸 셈이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당시 알디네 인쇄소의 사훈으로 ‘완벽하지만 빠르게 일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휴대 가능한 크기의 옥타보(8절판) 판형, 세계 최초 이탤릭체(기울어진 글자체), 세미콜론(;), 어퍼스트로피(’), 쪽번호 등을 도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5세기 말 지리 인식을 보여주는 ‘지리학(1482)’, 르네상스 시대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히는 ‘폴리필로의 꿈(1499)’, 최초로 전면 이탤릭체와 8절판형을 도입한 ‘베르길리우스 전집(1501)’, 지옥을 묘사한 단테의 ‘신곡’ 개정판(1515) 등 희귀본을 포함해 총 53점을 선보인다.
이정연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종이책이 유효할까 하는 질문을 과거 첫 책에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등 국내 23개 출판사가 참여해 구성한 북큐레이션 공간과 오디오북·전자책 등 책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장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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