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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묶인 수도권 대신…지방 '세컨드홈'서 稅혜택·휴양 누려볼까 [S머니+]

■특례지역으로 원정투자 꿈틀

1주택자가 강릉 등 9곳서 추가 구매땐

취득세 절반 깎아주고 재산세도 감면

외지인 매입 비중 석달새 2배가량 늘어

'속초아이파크' 연초보다 3억 뛰어올라

당장은 관광·휴양용 등 별장 지역 인기

기준 완화하고 대도시로 특례 넓혀야





영화 ‘봄날은 간다’에 등장했던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삼본아파트는 1996년 지어진 202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당연히 거래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예상과 다르다. 2023년 9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이 2024년 14건으로 늘더니 올 들어서는 24일 현재까지 15번의 손바뀜이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예정 단지로 거론되는 은마아파트(4424가구 규모)의 올해 거래가 51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본아파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배경에는 세컨드홈이 자리잡고 있다. 타지에 사는 이들이 바다가 보이는 이 아파트를 별장처럼 쓰기 위해 매입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관리시스템에 따르면 10월 23일 이뤄진 거래를 조율한 공인중개사 소재지가 서울 강북구다. 6월 17일 거래 역시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중개업소가 거래를 성사시켰다. 국산 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 가격인 5000만~6000만 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에어비앤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도 세컨드홈에 힘을 싣고 있다. 8월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발표하며 인구감소지역에만 적용되던 ‘세컨드홈 1가구 1주택 특례’ 대상을 비수도권 인구감소관심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강원 강릉·동해·속초·인제, 전북 익산, 경북 경주·김천, 경남 사천·통영 등 인구감소관심지역 9곳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주택자가 이들 지역에 집을 한 채 더 사면 무주택자와 같이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준다. 취득세도 무주택자·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1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0%를 낮춰준다. 재산세·종부세·양도세 특례를 적용하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4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취득세 특례를 적용하는 주택 취득가액을 3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공시가 9억 원을 시세로 환산하면 13억~14억 원 수준인 만큼 대상 지역의 거의 모든 주택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의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세컨드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세제 혜택을 받게 되는 9개 지역 집단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의 외지인 매입 건수는 6월 496건에서 8월 951건, 9월 833건으로 늘었다. 같은 광역자치단체(도)에서 매입한 건수도 제외하면 6월 263건에서 8월 637건, 9월 529건으로 더 불어난다. 특히 이번에 새로 특례를 받게 되는 곳들은 교통 접근성도 좋다. 강릉과 동해에는 강릉선 KTX가 다니고 김천·경주에는 경부선, 익산에는 호남선 KTX가 정차한다. 인제와 속초에도 2028년까지 춘천속초선 KTX가 도입될 예정이다.

다만 세컨드홈으로 관광·휴양지를 선호하는 만큼 지역·계절에 따른 거래량 차이가 발생한다. 바다를 낀 강릉이나 통영 같은 도시는 여름에 외지인의 거래량이 늘고 경주처럼 여름에는 덥지만 가을에 오히려 휴양하기 좋은 곳은 9월 들어 인기를 끄는 식이다. 강릉 집합건물의 강원도 외 거주인 매수가 8월 369건에서 9월 59건으로 급감한 반면 경주의 경상북도 외 거주자 매수가 60건에서 231건으로 불어났다. 설악산과 동해를 끼고 있어 사계절 모두 휴양하기 좋은 속초는 강원도 외 외지인 매수가 6월 37건에서 8월 52건, 9월 73건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동해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8월 -0.01%에서 9월 0.53%로 상승 반전됐고 나머지 도시들도 하락 폭을 줄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8월 0.07% 하락했던 강릉은 9월 0.04% 감소했고 익산은 0.48%에서 0.18% 하락으로 반등의 계기를 만드는 중이다. 동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서울에서 아파트를 싹 쓸어가면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 막상 현지인들끼리는 ‘이 동네에 이 가격이 맞나’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속초 청호동 속초아이파크는 9월 전용면적 84㎡가 6억 5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는데 올 초 같은 주택형이 3억 7000만 원에 손바뀜 됐던 점과 비교하면 가격이 3억 원 가까이 올랐다.



특례가 본격적으로 시행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움직임은 충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세컨드홈 특례 확대’는 법 개정 사안이어서 법안이 처리돼야 시행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말 세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해당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법 시행 전 매수한 주택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신규 분양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릉시 포남동 강릉KTX역경남아너스빌은 이번 달 입주 예정인데 이름답게 KTX 강릉역까지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어 세컨드홈으로 적합하다. 내년 8월 휴가철에 맞춰 입주하는 강릉오션시티아이파크는 이름처럼 영구 바다 조망이 특징이다. 어려운 지방 분양시장에도 평균 17.4대1의 청약경쟁률로 조기에 완판됐다. 2027년 7월 입주 예정인 더샵속초프라임뷰는 영랑호와 영랑호CC에 바로 인접한 점이 특징이다.

경주에서는 신경주역세권G1호반써밋이 조만간 분양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KTX 경주역 역세권이라 다른 도시에서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 익산에서는 부송동 익산부송아이파크가 내년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호남권 최초의 코스트코 익산점 착공 확정과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개발이 맞물리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천 동금동 e편한세상삼천포오션프라임도 주목할 만하다. 서부경남 권역 최고층인 49층의 남해바다 조망이 가능한 오션뷰 단지로 조성된다. 입주 예정일은 2026년 3월이다.

물론 아직 숙제도 많다. 관광·휴양용 주말 별장에만 수요가 몰리며 신산업을 육성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산으로서 가치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며 지금의 지원책만으로는 지방에 아파트를 살 유인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에 1주택자 자격 기준을 다주택자로 확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력이 풍부한 다주택자를 유인해서라도 의미 있는 투자 대상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세컨드홈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1주택자는 소멸위험지역의 부동산을 세컨드홈으로 살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돈이 많은 다주택자가 네 번째, 다섯 번째 집으로 시골의 집을 사고 이 집이 별장뿐 아니라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세컨드홈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이나 광주 같은 수도권 외 지방 대도시 역시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 금정구·중구, 광주 동구, 대전 대덕구·동구·중구 등은 강릉 등과 같은 인구감소관심지역이다. 또 부산 동구·서구·영도구와 대구 남구·서구는 대다수 군 단위 지역과 같은 인구감소지역이지만 광역시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특례를 받을 수 없다. 광역시에 세컨드홈 혜택을 주면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등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세제 혜택이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람이 그래도 더 많이 모이는 광주와 같은 광역시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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