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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美관세맨, '협상 장기전 예고' 李에 뭘 얘기할까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트럼프, 29일 韓 회담…미일 28일, 미중은 30일

3500억弗 현금 비중, 분납, 스와프 등 이견 여전

"한미, 쟁점 2개 아직 팽팽…APEC 전까지 못만나"

고위 관료 오락가락 희망고문 발언에 시장만 혼란

李 "협상 시간·노력 필요"…美, 즉흥 압박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말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이재명 대통령을 대좌하기로 확정하면서 여전히 교착 상태인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마무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핵심 쟁점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넘겨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한국의 어려운 외환 사정을 거론하면서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다만 미국민들 앞에서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길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이 대통령과 마주한 현장에서 ‘선불(Up front)’을 강요하는 등 압박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로 다음날인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유화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과 연관해서는 바로 전날인 2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李·트럼프 29일 대좌…3500억 달러 현금 비중, 분납, 통화 스와프 등 미해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2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박 5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순으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 워싱턴 DC를 출발해 26일 오전 말레이시아에 도착한다. 이후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 실무 만찬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7일 일본으로 향해 28일 다카이치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는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21일 선출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2박 3일 간 있은 뒤 29일 한국으로 가 1박 2일 간 머문다. 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이 가장 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첫날인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경주에서 곧바로 마주 앉을 예정이다. 한미정상회담은 지난 8월 25일 이 대통령의 방미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같은 날 저녁 정상들과 실무 만찬도 갖는다.

아시아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30일 오전 미중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만남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두 정상의 회담은 약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 투자 방식과 투자금 분할 여부, 외환시장 안전장치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 지급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문제로 이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을 한국 정부가 제시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용범 “한미 핵심 쟁점 두 가지 아직도 팽팽…APEC 전까지 이제 못 만나”


김용범(왼쪽)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4일 미국에서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은 아직도 실타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 고위급 관료들이 수 차례 미국을 오가면서 자꾸 근거도 없는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는 바람에 금융 시장만 혼란을 겪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함께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이 타결이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추가로 대면 협상을 할 시간은 없다”며 “APEC은 코 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어서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많은 부분에 이견이 좁혀졌다”며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한 두 가지에 끝까지 대립하는 형국”이라고 걱정했다. 김 장관은 ‘실무협의가 어느 정도는 마무리된 것이냐’는 물음에 “아직은 조금 진행 중인 부분들이 있다”며 “김 실장 언급대로 몇 가지 쟁점이 남았고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들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워진 반응이었다. 김 실장은 지난 16일 워싱턴DC 인근 댈러스 국제공항을 통해 김 장관과 함께 미국에 입국할 때만 해도 취재진에게 “지금까지와 비교해볼 때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는 시기”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 실장은 베선트 장관의 “앞으로 10일 안으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는 15일 발언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많은 양보를 할 것 같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다 같은 날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장관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는 “2시간 동안 충분히 얘기를 했다”고만 답했다.

충분히 얘기했다면서도 22일 미국으로 또 출국한 김 실장은 같은 날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을 다시 만나고 나온 뒤 “남은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李대통령 “관세협상 시간·노력 필요”…‘즉흥 성격’ 트럼프와 담판 예측 어려워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후속 협상과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도 미국 유력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절박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통상 협상을 타결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협상 기간이 APEC 정상회의 기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투자 요구 등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갈취’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물음에는 “우리는 결국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동맹이고 우리 모두 상식과 합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인터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2일 녹화돼 바로 다음 날 방송됐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혹시라도 북미가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에도 트위터로 김정은에게 판문점 회동을 갑자기 제안한 뒤 이튿날 실제 만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이 양국 이견으로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 간 29일 만남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즉흥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갑자기 강경한 협상안을 강요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일본과 무역 협상을 할 때에도 실무급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액 4000억 달러를 발표 직전 즉석에서 5000억 달러로 올린 바 있다. 일본의 대미 투자액은 이후 500억 달러가 더 추가돼 5500억 달러(약 790조 원)로 불었다. 이 같은 미일 협상 과정은 이후 한국도 대미 투자 금액을 3500억 달러까지 올리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기점으로 무역에 안보까지 얹어 방위비 증액을 돌연 요구할 수도 있다. 실제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방위비 증액 목표를 현 2.0%에서 더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의 다른 동맹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GDP의 3.5%까지 올리라는 압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요구에 강하게 맞대응할 경우 정상회담 도중 어색한 기류가 흐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한미·미중 연쇄 회담을 계기로 현장에서 곧바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과를 과시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연방대법원 상호관세 첫 구두변론을 앞두고 연일 관세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심지어 현직 대통령 최초로 대법원 재판을 현장에서 방청하겠다고 예고했다. 무역 협상이 실무 단계부터 삐걱대면서 여러모로 동맹 간 우호를 다져야 할 한미정상회담 준비가 쉽지 않게 됐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스톡커] 美지도자, '관세 장기전 예고' 李에 뭘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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