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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름다운 난제…정답 없는 세상 사랑해야죠"

■김민형 에든버러대 수학과 석좌교수

‘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 출간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해결

대부분 문제는 결론 존재하지 않아

불확실성·미완성이 삶에 생기 부여

수학은 질문 구성하는 사고의 훈련

수치 신앙처럼 받들면 세상 잃게 돼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수학과 석좌교수. 사진 제공=김영사




“세상은 난제로 가득하다고 하지만 그 난제는 나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입니다.”

최근 ‘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라는 책을 출간한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수학과 석좌교수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난제는 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방식”이라며 “이번에 낸 책을 통해 정답이 없는 세계를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2011년 한국인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정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세기의 난제로 불리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일반화된 ‘정수계수 다항식의 해가 되는 유리수를 찾는 문제’를 찾는 데 위상수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세계적인 수학자 반열에 올랐다. 2020년 영국 워릭대로 옮겼다가 이듬해 에든버러대 석좌교수 겸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는 그가 최근 5년간 한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묶은 산문집이다. 출판사에서 한 권의 책으로 모을 가치가 있다며 출간을 제안해 책으로 나오게 됐다. 글마다 뚜렷한 결론은 없지만 서로 다른 질문들이 만나 하나의 사유를 만들었다고 한다.

책 제목에 들어간 ‘아름다운 난제’는 그의 세계관을 압축한 말이다. 김 교수는 “보통 난제라고 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로 생각하지만 세상은 원래 풀리지 않는 난제로 이뤄져 있다”며 “그 불확실성과 미완성이야말로 생기를 주는 것이고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난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에게 ‘난제’란 단순히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풀어버릴 수 없는 질문들이다. 그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주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같은 문제들이 난제이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이 질문들을 ‘풀어나갈’ 수는 있지만 ‘풀어버릴’ 수는 없으며 수학에서도 원자 하나의 구조를 완벽히 기술하는 일조차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글은 대부분 결론이 없다. 이에 대해 그는 “명확히 결론이 없는 제 글을 독자들이 피곤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결론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었다”며 “수학에서도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려운데 인생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답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저를 겸허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김민형 교수는 “세상은 원래 풀리지 않는 난제로 이뤄져 있다”며 “그 불확실성과 미완성이야말로 생기를 주는 것이고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했다. 사진 제공=김영사


한국의 수학 교육에 대해 김 교수는 “시험 위주의 틀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점수의 언어로만 이해하면 수학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학은 정답을 찾는 훈련이 아니라 질문을 구성하는 사고의 훈련”이라며 “한국에는 훌륭한 수학 교사들이 많은데 그들이 자유롭게 탐구형 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학생들의 수학 공부는 훨씬 즐거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책 속에서 ‘수학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를 가장 보편적인 난제로 꼽는다. 그는 “정의나 공식 중심의 학습만이 답은 아니며 이해하지 못함의 고통을 견디는 과정이야말로 배움의 본질”이라면서 “그건 마치 음악에서 불협화음을 감내하면서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글에서는 ‘비판적 수학자’의 시선도 느껴진다. 그는 “수학자는 세상을 수치화하고 모델화하지만 그 결과를 진실로 믿어선 안 된다”며 “우리가 숫자를 믿는 순간 그 숫자에 인간이 가둬지게 되는데 수치를 신앙처럼 받아들이면 세상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와의 대화 과정에서 ‘모른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글쎄요”와 “잘 모르겠습니다만”으로 시작되는 그의 답변은 겸손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확신보다 탐구를, 단정보다 질문을 중시하는 태도다. 김 교수는 “잘 모른다는 것은 여전히 배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난제는 곧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 던지는데 이는 ‘완벽한 답’이 아닌 ‘아름다운 질문’을 향한 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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