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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부추긴다며 엉뚱한 통계 탓…"정보 불균형으로 혼란 더 커져"

■당정 '주간시황 개편' 속도

여권서 "시장 과민반응 촉발" 압박

부동산원장 "정책 당국 결정할 일"

국토부, 비공표·격주 조사 등 검토

KB서 통계 작성하다 부동산원 이관

정확도 논란·조사방식 한계 있지만

폐지땐 실수요자 동향파악 어려워져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의 주간 아파트값이 ‘10·15 부동산 대책’ 전후로 급등세를 보이면서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통계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주간 단위의 매매 동향을 작성하면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간 아파트 거래 동향 조사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공표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방안대로 확정될 경우 정보 제한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통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시장 쏠림 현상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정치권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통계 개선 방향과 관련해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하되 공표하지 않는 방안 △격주 단위로 조사하는 방안 △주간 가격 동향을 대체할 다른 수단을 도입하는 방안 등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현재 주간 동향 조사를 조기에 폐지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여러 대안을 두고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 역시 이날 국감에서 주간 통계의 시장 왜곡 가능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이해하고 있다”며 “주간 조사를 계속하느냐는 정책 당국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 논란이 된 것은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는 1986년 37개 도시의 표본주택 2498가구를 대상으로 처음 공표됐다. 당시 경제기획원의 승인을 받아 주택은행이 조사 및 공표를 담당했고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주택을 점차 늘려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3년 1월 통계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금융기관인 KB국민은행으로부터 통계 작성 및 공표를 한국부동산원으로 이관했다. 정부 기관으로 통계 작성 주체가 변경됐지만 통계의 정확도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한국부동산원의 수치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2% 상승했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당시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KB부동산 통계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52% 올랐다”며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근거를 밝히라고 압박에 나섰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이 국가 통계 실태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고 2023년 9월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중간 감사에서 통계 조작이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가 개입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는 호가를 변동률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하락할 때는 호가를 넣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통계의 정확도 논란이 발생한 것은 조사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국 조사원이 직전 주 화요일부터 해당 주 월요일까지 거래 동향을 파악해 집계한다.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은 2013년 6232가구에서 현재 3만 3500가구까지 늘렸다. 하지만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 대해 과거 거래 내역이나 인근 지역 시세 등을 반영해 작성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이 상당히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감사원이 2023년 “주택 통계에 대한 조작이 이뤄졌다”고 결론 내린 것도 이 같은 한계점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의 폐지 혹은 비공개까지 검토하는 특단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시장의 과민한 반응을 촉발하는 등 투기를 부추긴다”며 폐지의 당위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앞서 국토부 국감에서 폐지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주간 가격 동향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민간 통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돼 시장의 쏠림 현상과 왜곡 가능성 등을 우려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통계를 발표하지 않게 되면 주택 수요자들이 정확한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며 “결국 민간 통계에 의존하게 되고 제한된 정보로 인해 시장의 불균형성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역시 주택 통계의 유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공개를 중단하자는 주장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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