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1기 신도시의 희비도 엇갈렸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됨에 따라 분당·평촌은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지역이 아닌 일산은 풍선 효과에 따른 매수세 유입으로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2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10·15대책으로 규제지역 지정공고일 당시 조합설립 인가를 이미 받은 재건축 사업장과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재개발 구역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진다. 1주택자로 5년 거주, 10년 이상 보유 등 예외 요건을 총족하지 못하면 매매는 가능하나 현금청산이다. 여기에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공급 수가 1주택으로 제한되고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이 5년간 막힌다. 1주택자의 이주비 대출 시 추가 주택 구입도 안된다.
10만 가구에 달하는 분당은 울상이다. 정비업계는 분당신도시 재건축 분담금을 7~8억 원정도로 추산하는 가운데 분담금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이들은 아파트를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하지만 분담금 납부 여력이 없는 이들은 아파트를 팔아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그런데 10·15 대책으로 조합 설립 이후 지위 이전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이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만큼 조합 설립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재건축이 미뤄지게 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산권 행사가 제약될수록, 분담금이 커질수록 조합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분당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이 사실상 올스톱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1기 신도시들과 달리 특별정비구역 지정 물량이 동결된데다 사실상 내년도 추가 지정도 불가능해진 데 이어 10·15대책으로 조합 설립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분당의 내년도 특별정비구역 지정 물량을 이주 대책이 미흡하다며 1만 2000가구로 동결했다. 일산과 중동신도시가 각각 5000가구, 4000가구에서 2만 4800가구, 2만 2200가구로 5배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여기에 올해 지정이 되지 않은 물량이 내년으로 이월되지도 않는다. 이에 내년도 신규 지정 물량이 ‘0’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러 재건축 단지로 구성된 분당재건축연합회의 최우식 회장은 “재건축을 기대했던 분당 아파트 주민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토화”라며 “지정 물량을 제한하더니 10·15 대책으로 조합 설립까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 역시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규제지역 신규 지정이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약화시켜 사업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과 공급 지연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의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는 평촌 주민들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촌은 분당·과천보다 아파트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다주택자가 많은 만큼 조합원 지위 양도·재당첨 제한에 따른 현금청산 등의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규제지역의 정비사업지에서는 2주택 이상의 다물권자 조합원이 사업을 일부러 지연시키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상훈 평촌꿈마을재건축통합준비위 위원장은 “평촌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것도 아니고 이제 바람을 타려 하는데 규제지역 지정이 돼 당황스럽다”며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지역 지정에서 제외된 일산 신도시 주민들은 재건축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풍선효과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일산 정비업계 관계자는 “토허구역, 규제지역도 아니고 조합설립단계까지 간 것도 아닌 만큼 오히려 문의가 좀 오는 분위기”라며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규 규제지역에 분상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그만큼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들어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부담이 가중돼 사업 지연 요인이 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상한제마저 적용된다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당분간 올스톱이 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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