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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남부로 문화 교류 확장…한미 우정의 새 경로 될것"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 인터뷰

우리만 즐기는 예술로는 한계

주도국 되려면 열린 자세 필요

흑인역사 조명 등 협력展 확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지금은 자타공인 K컬처의 시대입니다. 모두가 한국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심지어 한국을 따라잡으려 하죠.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것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위원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아르코는 미국 남동부 최대 문화 거점으로 떠오를 멤피스미술관과 3년 간의 중장기 국제 교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아르코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멤피스미술관과의 첫 협력 전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 : 멤피스 블랙 사운드 사진 기록’을 개막하며 그 출발을 알렸다. 두 기관은 앞으로 전시 외에도 큐레이터 교환 방문 등 다양한 인적 교류를 추진하며 예술을 매개로 한미 협력을 심화할 예정이다.

아르코가 해외 주요 기관과 의미 있는 협업을 이끌어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정 위원장은 2023년 아르코의 8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한국 예술과 세계를 잇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국제 교류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는 그간의 노력들이 줄줄이 결실을 맺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의 명소로 꼽히는 게티 연구소와 백남준 연구 협력을 성사시켰고 제10차 문화예술세계총회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해 80여 개국 400여 명의 세계 문화계 파워피플과 우리 예술가의 교류를 이끌어냈다.

그런 와중에도 이번 협업은 의미가 깊다. 정 위원장은 “한미 문화 교류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지역적으로 미 동부 뉴욕이나 서부 LA 등에 그쳤고 특히 남부 지역과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 남부는 한국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미 우정의 핵심 지역인데 문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적극적 소통은 부족했다. 테네시주 멤피스미술관과 맺은 협업은 미 남부와 문화 교류를 확장하는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정병국(왼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성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전 주한미국대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내 아르코미술관 공간열림에서 개막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멤피스 블랙 사운드 사진 기록'을 관람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정 위원장은 해외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이 같은 협력 전시가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이끌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문화예술 홍보가 우리 것을 해외에 알리는 ‘아웃바운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타국과의 문화 교류도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코가 최근 해외 예술인을 한국에 초청하는 ‘인바운드’에도 역점을 두는 이유다. 정 위원장은 “예술의 핵심 속성은 공감”이라며 “우리만 즐기는 예술로는 확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예술에 쓰기도 모자란 예산을 왜 외국 예술에 쓰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야가 좁은 생각”이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줬듯 외부 시선에서 우리 문화를 바라볼 때 우리조차 간과했던 새로움이 발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진정한 문화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확장하는 동시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함께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외교를 통한 공식 교류와 달리 문화예술을 통한 만남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남부 흑인 커뮤니티의 역사와 정체성을 한국에 전하는 이번 전시만 해도 벌써 뜻밖의 성과를 냈다. 정 위원장은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 총장이 마침 서울을 방문 중이었는데 전시를 보고 싶다며 미술관을 찾아왔다”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는 자신들의 역사가 서울에서 이렇게 재조명된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고 전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이 테네시주를 대표한다는 점도 짚었다. 정 위원장은 “미국 정치인들에 미치는 문화예술인의 영향력은 무척 크다”며 “문화의 힘이 어디에서 어떻게 싹을 틔울지 모르지만 이런 만남 하나가 씨앗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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