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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기획 소송에 시달리는 건설업계

이강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아파트 하자 놓고 불필요한 소송 많아

'감정 실무' 개편, 객관적 기준 세워

입주자-건설사 분쟁 해결 계기 되길





신축 아파트에 부실시공 문제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부실시공에 따른 보수가 시급하다는 주장과 하자 보수 소송에서 보수비가 무리하게 산정돼 건설사가 과도한 금전적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아파트에 발생한 하자가 통상 ‘소송’을 통해 처리되는 것이 고착됐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직접 보수를 해도 차후 다시 하자 소송이 제기돼 이중의 책임을 부담하게 될 우려가 있어 자신이 직접 하자를 보수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또 입주자들의 입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하자 보수의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과연 무엇을 하자라고 볼 것인지, 이러한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법률에 규정함이 마땅하지만 여러 복잡한 이유에서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해 마련된 국토교통부 고시(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 비용 산정 및 하자 판정 기준)는 하자 소송에서 하자 판정 및 보수 비용 산정의 기준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법원이 건설 감정 기준의 표준화를 위해 마련한 ‘건설 감정 실무’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 감정 실무가 포함하고 있는 하자의 범위가 넓지 않고 추상적으로 기재돼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 하자 여부와 보수 비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자 분쟁 해결에 관한 실질적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법원의 하자 소송을 통해 이뤄지는 하자 판정과 보수 비용 산정에 대한 기준이 객관적이고 명확해 그 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입주자와 건설사는 하자 보수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또 불필요하게 하자 소송을 부추기는 이른바 기획 소송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법원은 최근 건설 감정 실무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내용을 손질하려는 것인데, 이번 기회에 그간 아파트 하자 분쟁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쟁을 해소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건설 감정 실무가 재판 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하자 판정과 보수 비용 산정의 실질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하자의 판정 기준과 보수 방법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정해 당사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기술 발전과 건설 환경의 변화를 적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둬야 한다. 객관적이고 보편 타당한 원칙이 세워져야 무분별한 기획 소송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사들이 기획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이 뻔하다. 또 무분별한 기획 소송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사전에 분양가에 포함시켜 분양가의 연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하자 분쟁은 그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하겠지만, 건설 감정 실무 개정 작업이 하자 분쟁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혀버린 실타래를 푸는 데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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