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노안 발병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한다. 과거 50대 중후반에 나타나던 증상이 이제는 30대에서도 흔히 관찰된다는 것이다. 업무 중 두통이나 안구 피로를 느끼거나, 밤 시간대 시야가 뿌옇게 보인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화면을 팔을 쭉 펴서 봐야 잘 보인다면 경고 신호다.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다. 하루 종일 디지털 화면을 초근접 거리에서 보는 바람에 눈의 조절력이 떨어진 결과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환경오염과 건조한 실내 공기, 불규칙한 식생활 습관 등도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젊은 노안은 결국 눈의 휴식과 회복을 방해하는 모든 일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성장기 시력 저하가 노안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혹사하는 일상이 계속된다면 노안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생활습관'이라는 지적이다.
홍정기 차의과학대 스포츠의학대학원 원장은 최근 저서 『저속노안』에서 노안 자가 진단법을 제시했다. 최정상급 운동선수들의 재활을 전담해 온 스포츠의학 권위자이자 운동과학 박사인 그는 기성용, 윤성빈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는 근육 강화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이 제시한 자가 진단 항목은 다음과 같다. △책이나 휴대폰을 볼 때 팔을 멀리 뻗어야 잘 보인다 △밝은 곳에서만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작은 글자를 읽으면 눈이 쉽게 피로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눈이 침침하거나 흐릿하게 보일 때가 있다 △작업 중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눈의 건조함 또는 이물감이 자주 느껴진다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거나 돋보기를 찾는 빈도가 늘었다 △저녁이나 야간에는 시야가 더 흐릿하다 △스마트폰 글꼴 크기를 자주 키우게 된다 △가까운 것과 먼 것의 초점 전환 속도가 느리다.
10개 문항 가운데 2개 이하면 아직 노안이 오지 않은 단계다. 홍 원장은 "현재의 습관을 잘 유지하며 일상에서 눈의 피로만 신경 쓴다면 건강한 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3~5개라면 '초기 노안'을 의심할 만한 단계다. 일종의 적신호가 켜진 상태로, 눈 건강을 해치는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과 검진도 권장된다. 6개 이상이면 노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 단계다. 이미 노안에 접어든 상태로 판단된다. 빠른 시일 안에 안과 검진을 받고 철저한 눈 건강 관리가 요구된다.
홍 원장은 눈 건강 관리를 위해 '3-3 트레이닝' 원칙을 제안했다. 세 가지 동작(초점 전환, 시선 이동, 눈 근육 운동)을 각각 1분씩, 하루 3분만 투자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이 트레이닝을 통해 눈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주면서 일상에 부담 없이 녹아들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하루에 한 번 길게 운동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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